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 0.78명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인 1.59명(2020년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혼인 건수가 매년 줄고 있어 출생아 수도 더 감소할 전망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비혼 출산 비중이 3%로 낮아 다른 나라와 달리 출산율과 혼인율이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인구 감소를 막으려면 저출산 대책과 함께 혼인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지난해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전국 혼인 건수는 1년 전보다 0.4% 감소한 19만1697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결혼을 미뤘던 2020년과 2021년에는 감소율이 10% 안팎이었던 데 비해 감소 폭은 크지 않지만 혼인 건수는 2012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결혼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약 40만건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만건이 채 되지 않는다. 비싼 집값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비혼이 증가하는 추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 30대 인구가 감소한 탓도 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혼인 건수가 회복하고 있다”면서도 “그동안 결혼은 계속 감소했기 때문에 쉽게 증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령대별 미혼율을 보면 30~34세 미혼 인구 비중은 남성 59.7%, 여성 58.7%로 나타났다. 30대 초반의 절반 이상이 미혼이었다. 결혼이 늦어지는 이유는 30대에도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청년들이 많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간한 ‘2023년 경제 현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15~29세)의 첫 일자리 근로 형태는 1년 이하 단기계약직인 경우가 2008년 11.2%에서 2022년 29.5%로 배 이상 증가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주택 매매가격이 배로 오르면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이 0.33건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2021년에 결혼한 20~44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55.0%가 결혼을 준비할 때 힘들었던 점으로 주택 마련을 꼽았다.
혼인 감소세를 고려할 때 당분간 출생아 수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에서 내년 합계출산율이 0.70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더 부정적인 시나리오에서는 합계출산율이 2025년 0.61명까지 내려앉는다. 정부는 청년층 일자리 지원과 주거 관련 대출한도 확대 등 출산과 육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혼인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은 부족해 보인다. 예산정책처는 “정부는 결혼과 출산을 고민 중인 청년층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제도나 시행 계획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며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