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銀 과점구조 깨질까… 전문은행 키우고 성과급 제한

입력 2023-02-23 04:05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2차 정책금융지원 협의회에서 '23년도 정책금융기관 자금공급 추가보완계획', '23년도 혁신성장펀드 조성 계획', '23년도 혁신성장공동기준 개편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곳을 중심으로 굳어진 시중은행 과점 체제에 본격적으로 칼을 댄다. 신규 은행 진입 문턱을 낮춰 ‘메기’로서 경쟁을 촉진할 전문은행을 출범시키고 임직원이 돈 잔치를 벌이지 못하게 주주가 보수를 심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은행권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시중은행은 정부 인가 덕분에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과점적 구조인데도 이자 수익에만 치중하고 예대 금리차에 기대 과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금융위에 “돈 잔치를 벌이는 은행권 때문에 국민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대출 잔액 급증기와 기준금리 상승기가 연이어 도래해 손쉽게 큰돈을 벌면서 임직원 성과급과 퇴직금을 늘리는 데만 급급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은 임직원 성과급으로 전년(1조200억원) 대비 3600억원(35.3%) 많은 1조3800억원을 썼다. 5대 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성과급을 포함해 1인당 4억~8억원을 챙겨갔다.

TF는 앞으로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우선 은행업 인가 문턱을 낮춰 자영업자대출이나 중소기업대출과 같이 틈새 상품에 강점을 지닌 전문은행을 육성할 방침이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특화 소매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챌린저 뱅크 도입도 검토키로 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챌린저 뱅크는 IT를 바탕으로 평가 모형을 고도화해 신용 점수가 없는 청년에게 대출을 내주거나 여행·숙박 서비스와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영국에서는 성인 4분의 1에 해당하는 1400만명이 계좌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챌린저 뱅크가 성업 중이다.

은행권 임직원 보수 체계도 바뀔 전망이다. 주주가 3년에 1번 이상 경영진 급여를 심의해 돈 잔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세이 온 페이(say-on-pay)’ 제도나 금융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TF는 은행권 금리 체계 개선과 손실 흡수 능력 제고, 비이자 비중 확대, 사회 공헌 활성화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방안이 추진될 경우 관치 논란 재점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최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각각 선임되면서 관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은행업에 공공성이 존재한다고 관치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과점 체제 문제점을 바로잡을 정교한 계획 없이 단순히 ‘10조원어치 사회 공헌책 내놓으라’ ‘금리 내리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관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