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너지고 있는 어린이 중증 응급환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땜질 처방이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소아 응급 전담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병원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정책 수가 등을 통한 적정 보상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만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 기피 현상이 사라질지 의문이다. 세브란스병원의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정원 11명이 배정된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전국적으로는 203명 모집 정원에 지원자가 33명에 불과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68.2%에서 2022년 27.5%로 급락했고, 올해는 16.3%로 추락했다.
인력난이 극심하자 대학병원들조차 소아응급실 문을 닫거나 진료를 제한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이대목동병원은 소아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를 중단했다가 지난달 24일 재개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기피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코로나19 영향으로 환자 수는 줄어드는데, 대부분의 진료비는 의료보험 급여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연봉은 10년 전보다 낮아졌고, 전공별로 비교하면 꼴찌다. 2020년 기준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평균 연봉은 1억원 남짓으로 전공별 평균 연봉(2억5441만원)의 절반이 안되며 최고 연봉을 받는 흉부외과(4억8800만원)의 22% 수준이다. 동네 소아과 의원은 개업(2021년 93개)보다 폐업(120개)이 더 많았다.
정부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우대를 유도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설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지원자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전공에서 인력 공백이 생기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18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을 풀지 않으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땜질 처방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 멕시코(2.4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2.0명으로 최하위다. OECD 평균(3.7명)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의사 인력 확충 없는 의료체계 개선은 사상누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