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대사는 본국 강진 피해와 관련해 생존자 구조 작업을 이제 끝내고 본격적인 도시 재건에 착수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타메르 대사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튀르키예대사관에서 진행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좋은 기술과 건설 능력 등을 튀르키예 재건에 다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재건 사업 못지않게 현지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재민들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며, 특히 이동식 화장실과 텐트 등의 조달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타메르 대사는 직접 대사관을 찾아와 조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한국 국민에게 감사하다며 한국과 튀르키예의 ‘형제애’를 수차례 언급했다. 아울러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한국 속담을 들면서 “튀르키예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타메르 대사와의 일문일답.
-국민일보 기자도 강진 피해 현장에 급파돼 취재하고 있다. 대사가 듣고 있는 현지 상황은 어떤가.
“국민일보 기자가 지금 현장에 있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끔찍한 재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피해 지역 규모는 10.8만㎢로 한국 영토(10만431㎢)보다도 크다. 10~11개 지역 1300만5000여명의 사람들이 이번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았다. 작은 마을이든 큰 도시든 모든 곳들이 마치 핵폭탄을 맞은 것 같았다. 일부 도시는 전체 건물의 51%가 무너졌다. 어린이 700만여명도 이번 재앙의 영향을 받았다. 너무나 끔찍하고 큰 고통이다. 이 지역 사람들 대부분이 다른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전기나 수돗물, 천연가스 등의 공급이 끊겨 더 이상 그곳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생존자 수색과 구조 작업을 끝내는 매우 중요한 단계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고, 여전히 어딘가에 자신의 소중한 이들이 있지는 않을까 희망을 품고 있다. 물론 그들도 사랑하는 이들이 이미 죽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실낱 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자 수색·구조 활동 중단을 선언하는 것은 이들의 희망이 끝나는 걸 의미하기에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그럼에도 수색·구조 활동은 공식적으로 곧 중단될 것이다. 그런 다음 무너진 도시를 다시 세우기 위한 철거 및 재건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집은 물론 학교, 병원, 모스크(사원) 등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다시 어떻게 세울지에 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엄청난 과정이 될 것이다.”
-생존자 수색·구조를 위한 한국 긴급구호팀도 현지에서 철수하고 재건을 위한 팀이 파견됐다. 이제 본격적인 재건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향후 어떤 단계를 밟게 되나.
“우선 한국 구호팀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한국 구호팀은 열흘 넘게 튀르키예에 있으면서 엄청난 일을 해냈다. 나는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공항에 나갔고 모든 사람들과 악수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고귀한 일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남다른 장비와 이해력을 갖고 튀르키예 현장에 뛰어든 새로운 팀이었다.
최근 튀르키예에 간 한국 구호팀 2진은 튀르키예 측과 어떤 장비 및 기술을 갖고 재건 과정을 진행할 것인지 강구 중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내가 당장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튀르키예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도시를 재건, 복구할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확신한다. 1300만5000여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지진 피해를 입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재건에 있어 한국이 어떤 임무와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정부 기관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있을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국이 무엇을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아직 자세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항상 친절하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뭐가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며 ‘저희가 이걸 드릴게요’라고 몇 번이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정부와 매우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고, 이것이 우리의 재건 작업을 더욱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건축이나 수도, 전기 등 구체적으로 얘기해본다면.
“방금 말한 것들이 모두 필요하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튀르키예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차나칼레 1915 대교’가 대표적이다. 튀르키예 유라시아 해저터널과 보스포러스 다리 등 수많은 것들이 튀르키예에 있는 한국 기업들의 성과다.
한국 기업들은 튀르키예 환경과 업계 특징 등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튀르키예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특히 튀르키예에 있는 많은 대형 건설사들이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작업이 시작만 되면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은 매우 좋은 기술과 건설 능력, 최고의 전력 생산 장비 등을 갖고 있다. 이 모든 걸 튀르키예 재건에 다 쓸 수 있다고 본다.”
-대사관 차원에서 한국 정부와 관련 논의를 할 계획도 있나.
“한국의 거의 모든 장관들이 희생자 조문을 위해 대사관에 방문했을 정도로 우리는 거의 매일 한국 정부와 함께하고 있다. 그들은 무엇이든 원하는 게 있으면 자신을 찾아오거나 얘기하라고 한다. 한국 정부는 우리에게 매우 친절하고 관대하고 개방적이다. 우리는 재건에 관한 모든 문제를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다.”
-도시 재건뿐 아니라 이재민들을 위한 지원도 절실하다. 어떤 물품을 어떤 방법으로 지원하면 좋을지 알려 달라.
“이런 질문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물품은 이동식 화장실 및 샤워실, 텐트, 담요, 매트다. 이것들은 크기가 너무 커서 현지로의 빠른 보급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물품 기부 외에 우리 대사관이 개설한 은행 계좌에 성금을 기부하는 것도 비교적 손쉽게 지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튀르키예로 직접 물품을 보내는 일이 더 큰 비용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사관 웹사이트와 SNS에 기재된 은행 계좌를 통해 성금을 기부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렇게 모아진 성금을 우리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이나 이동식 화장실 등을 제공할 때 쓴다.”
-한국 정부도 텐트와 매트 등 상당량의 구호 물품을 제공했는데 추가 지원이 필요할까.
“한국의 물품 지원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추가로 지원해주면 좋다. 텐트만 해도 당장 30만동 정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피해 지역에는 수돗물과 전기, 난방에 쓸 천연가스, 배관 등이 없다. 그래서 위생 및 건강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이동식 화장실과 샤워실을 매우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윤 대통령은 직접 대사관을 찾아 조문록을 작성하는 등 매우 친절하게 대해 줬고, 진심으로 이번 일을 슬퍼했다. 대통령뿐 아니라 한국의 장관들 대부분이 조문 행렬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우리가 그간 말해온 형제애가 말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한국과 튀르키예는 진정한 피를 나눈 형제다.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그랬고, 이번 재해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통해 이런 형제애가 단순히 감정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형상화되고 있다.
형제끼리는 서로에게 빚지고 빚을 갚고 하는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한국이 전쟁 때문에 우리에게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한국에서 과거와 같은 일이 10번도 더 일어났다면 우리는 한국에 10번이고 왔을 것이다. 이것이 형제애다. 형제들끼리는 단지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뭐든지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한국 국민 모두에게 매우 감사하다. 대통령만 말하는 게 아니다. 국민 모두를 포함한 한국 전체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지진으로 인해 튀르키예는 황폐해졌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항상 그랬듯 이번에도 최대한 빨리 튀르키예를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을 것이다. 이런 작업은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의 동맹국 및 파트너국, 그리고 형제들에게 달려 있다. 한국에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이 말처럼 우리도 이번 지진 피해를 복구하고 나면 더 강해질 것이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