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지난 2년은 잊었다.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30·메디힐)의 각오다. 그는 23일부터 나흘간 태국 파타야 인근 시암CC 올드 코스(파72)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총상금 170만 달러)에 출전한다.
김세영은 지난 2015년에 LPGA 투어에 데뷔, 그 해에 3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매년 1승 이상씩 통산 12승(메이저대회 1승 포함)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매년 이어 오던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데뷔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총 20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없이 다섯 차례 ‘톱10’ 입상 등으로 상금 순위 22위, 레이스 투 CME 글로브 순위 37위로 시즌을 마쳤기 때문이다.
빨간 바지의 마법사를 비롯해 ‘역전의 명수’, ‘기적을 부르는 소녀’ 등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수많은 수식어를 무색케한 한 해였다.
그러니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김세영이 작년에 3월에 시작했던 시즌을 2월로 앞당긴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격전지 인근인 방콕 근교에서 스승인 이경훈 프로와 실전에 버금가는 훈련을 하다 대회장에 입성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김세영은 22일 “1월부터 태국에서 코치님과 강도 높은 전지훈련을 했다”며 “올해 많이 준비한 만큼 코스 안에서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세영은 이번 시즌 부진 탈출을 위해 클럽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김세영은 “클럽에 익숙해지는 것에도 시간이 걸렸다. 전반적으로 다 훈련을 했던 것 같다”면서 “골프라는 게 샷만 있는 게 아니다. 쇼트 게임과 퍼팅도 샷 못지 않게 중요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연초에 강원도 동해안에 가서 일출을 보면서 올 시즌 목표를 세웠다. 그것은 다름아닌 세계랭킹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현재 김세영의 세계랭킹은 27위로 한국 선수 중에서는 6번째로 높다. 그는 “아쉬운 점이 많다. 그래서 랭킹을 최대한 올리는 게 목표”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첫 대회부터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 그렇게 차근차근이 열심히 해서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세영이 세계랭킹에 집착하는 것은 2024 파리올림픽 출전과 무관치 않다. 김세영은 2016년 리우올림픽과 2020년 도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했으나 각각 공동 25위와 공동 9위에 그쳐 숙원이었던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는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올림픽 노메달의 한을 씻어 내고 싶다”면서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을 위해 후배들과 선의의 경쟁을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