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한국 독자 핵무장 주장, 어리석고 위험”

입력 2023-02-23 04:05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현실적·실용적 접근’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공개 강연을 하고 한국 내 독자 핵무장 주장에 대해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선 북한과의 수교를 촉구했다. 이날 강연은 그의 첫 미국 공개 활동으로, 지난 대선 경선 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등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 주목된다.

이 전 총리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현실적·실용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한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고 핵무장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체 핵무장은)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가능한 유일한 선택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한 북한과의 외교 협상”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또 “미국에 있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무력감을 느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초기 대북정책 재검토를 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재검토를 하는 건지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같은 모습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동맹의 사활적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관심이 저하되면서 (미국이) 국제적 리더십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미국을 향해 북한과의 외교 관계 수립과 단계적 비핵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상호 위협 감소’ 및 ‘북미 관계 개선’과 나란히 올려놓고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완벽주의적 접근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또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추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연대 움직임에 대처해서 한·중·일 공조를 강조하고 강화하려는 건 충분히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미국이나 중국이 한반도를 미·중 경쟁의 최전선으로 만들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중국을 향해서는 “한반도 평화를 미국과의 경쟁에서 유불리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