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가구에 대한 예민함

입력 2023-02-25 04:04

최근 대형 베이커리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자리에 앉았는데 소파 쿠션이 심하게 꺼져 안쪽 나무 프레임이 허벅지 안쪽에 와 닿은 것이다. 다른 자리도 마땅치 않아 아주 어정쩡한 자세로 아침을 먹고 나왔다.

만약 호텔이라면 큰 문제다. ‘제대로 된 호텔’ 가구는 몇 년이 지나도 상태가 좋다. 아니, 좋아야 한다. 비싼 가구를 써서 그런 게 아니다. 제대로 된 검증을 거쳐 들여놓기 때문이다. 보기에 화려한 호텔이라고 해서 비싼 가구를 마냥 쓸 수 없다. 객실 수에 맞게 구매하노라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예쁜 가구만 골라서도 안 된다. 개인 살림이면 예쁜 걸 먼저 선택할 수 있지만 호텔 가구는 그럴 수 없다. 실용성, 내구성, 디자인, 안전성을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

의자를 예로 들어보자. 무조건 앉는 사람의 안전과 편안함이 선택의 우선순위다. 그러자면 다리 네 개의 각도가 잘 맞아야 한다. 사람이 한쪽으로 힘을 기울일 때 절대로 넘어지면 안 된다. 뒤판 각도도 살펴야 한다. 기대앉을 때 자칫하면 차렷 자세로 앉아 있게 된다. 사이즈도 중요하다. 바, 레스토랑, 라운지, 객실 등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높낮이가 달라야 한다. 테이블과 의자 사이는 약 200㎜의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그래야 앉았을 때 허벅지가 편안하다. 어딘가에 앉았는데 어쩐지 의자와 테이블 사이에서 방황하던 허벅지를 떠올리는 분들 계실 거다. 테이블 따로 의자 따로 선택한 대가다. 테이블 밑바닥도 예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잘못했다가는 옷감이 뜯겨 나간다.

이런 걸 어떻게 다 보느냐고 되묻고 싶은 분들이 계실 거다. 의자의 평면과 입면 도면을 먼저 살핀다. 도면에서 우선 잡아낸다. 도면에 맞게 견본을 제작한다. 앉아도 보고 뒤집어도 보며 오류를 잡아낸다. 이게 다가 아니다. 쿠션 두께부터 경도까지 체크한다. 그래야 꺼짐을 방지할 수 있다. 쿠션을 싸고 있는 천도 검수 대상이다. 내구성을 확인하는 럽 테스트(Rub test)를 통과해야 한다. 방망이 같은 걸로 몇만 번 두드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몇 차례 테스트를 거치고 나서야 호텔에 들여놓는다. 아이들이 아무리 점프를 해도 상하지 않는다. 방염, 방수 테스트도 물론 포함한다.

고객들이 호텔 가구를 조심조심 다룰 일은 거의 없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서 극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이유다. 이런 내용은 호텔을 만들 때 기준으로 삼는 브랜드 스탠더드에 정해둔다. 의자만 그런 게 아니다. 테이블을 비롯한 대부분 가구는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그래야만 각종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영업 공간이라면 이 정도로 깐깐하게 하지는 않더라도 비슷하게라도 예민하게 가구를 고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고객들이 가구에 몸을 맞추는 일은 피할 수 있다. 나로 하여금 어정쩡한 자세로 아침을 먹게 한 그 대형 베이커리 대표님께도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며, 그렇게 가구를 만든 그 브랜드 대표님께도 함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다.

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