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전쟁’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서울과 경기도, 인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3년 뒤부터는 종량제 쓰레기를 묻지 못하는 ‘수도권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기 때문에 이들 3개 시·도는 해결책 마련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환경부와 수도권 단체장은 ‘4자 협의체’를 재가동하면서 대체 매립지 찾기와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그러나 새 매립지를 찾는 것도, 지역 내에 소각장을 늘리는 것도 지난한 일이라 보다 실현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 ‘4자 합의’ 후 8년…폭탄 돌리기만
인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조성됐다. 30년간 이곳에 묻힌 수도권 쓰레기는 1억5000만t이 넘는다. 제1매립장과 제2매립장는 포화상태가 돼 사용이 중단됐고,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제3-1매립장도 올해 1월 기준 55%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되는 쓰레기의 비중을 보면 서울과 경기도가 각각 약 40%, 인천이 약 20% 정도를 차지한다. 타 지역에서 배출한 쓰레기를 왜 인천 주민들이 감당해야 하느냐는 반발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에 환경부와 서울 경기도 인천은 2015년 처음으로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수도권매립지를 ‘3-1매립장’까지만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제2매립장의 잔여 용량이 10%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4자 협의체는 매립량 감축과 함께 ‘생활쓰레기 직매립 제로화’ ‘대체 매립지 확보’ 등에 대해서도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체 매립지를 찾지 못하면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한다’는 단서 조항도 달았다.
문제는 어느 곳의 주민도 자신이 사는 지역에 매립지가 들어서는 걸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대체 매립지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면서 매립지를 더 쓰려는 서울·경기도와 이를 막으려는 인천 사이의 ‘쓰레기 갈등’이 소모적으로 반복됐다. 그사이에도 쓰레기는 쉴 새 없이 쏟아져 당초 2025년까지 쓸 수 있도록 설계됐던 제3-1매립장은 운영 1년여 만에 ‘조기 포화’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받았다. 초조해진 환경부는 2021년 특별지원금 2500억원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신규 폐기물 매립지를 공모했으나 지원한 지방자치단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2차 공모 역시 마찬가지 결과였다.
“소각장·매립지, 우리 동네 안돼”
환경부는 결국 3차 공모를 포기하고 매립지 사용 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25년부터 수도권매립지에 건설폐기물 반입이 전면 금지되고, 2026년부터는 수도권 지역에서 생활쓰레기를 직매립하지 못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도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해서 재만 매립하도록 한 것이다.
이외에도 반입총량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수도권매립지에 묻힌 쓰레기는 전년보다 100만t 이상 줄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반입량 감축 정책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2042년 초까지 제3-1매립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도권매립지에 생활쓰레기를 묻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역 내에서 쓰레기를 재활용하거나 소각 처리하지 못하면, 기존에 매립하던 쓰레기를 처치하지 못해 폐기물 대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소각장 처리용량이 50t 이상 부족한 수도권 내 10개 시를 대상으로 ‘2025년 12월까지 소각장을 확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구체적으로 서울 인천 고양 부천 안산 남양주 안양 화성 김포 광주다. 이들 지역은 소각장을 증설하거나 새 소각장을 지어야 하는데 아직 입지선정 작업조차 들어가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1000t 규모의 광역소각장을 짓기로 결정했지만 주민설명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등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있다. 인천시도 신규 소각장 설치 부지를 발표했다가 자치구 반대로 사업이 엎어지고, 현재 입지선정위원회를 다시 꾸린 상태다. 환경부는 소각장을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계획까지 승인받으면 수도권 직매립 금지를 1년까지 유예해줄 방침이다.
쓰레기 시스템도 혁신해야
4자 협의체가 다시 가동된 건 2021년 6월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환경부와 수도권 단체장들은 2015년 합의 사항 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대체 매립지 조성을 원점부터 재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새 매립지를 조성하는 데 최소 7년 이상이 걸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간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각장 등 근본적으로 쓰레기의 양을 줄일 수 있는 중간처리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쓰레기를 배출한 곳에서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인식하에 전향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의 박옥희 사무처장은 24일 “아무리 많은 인센티브를 줘도 대체 매립지 진행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수도권매립지 문제로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대해 각 지역도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매립지를 받아들이려면 결국 최종 매립지로 가는 양이 줄어야 한다”며 “정부는 혁신적으로 소각장이나 재활용 시설 등 중간처리 시설을 확보하고, 주민들 역시 일회용품과 마찬가지로 쓰레기 저감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