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곁 산동네에 살아 숨쉬는 레트로 감성, 삼척 나릿골 감성마을

입력 2023-02-22 22:03 수정 2023-02-22 22:11
울진 후포항 위판장에 경매를 위해 정렬 중인 울진대게. GNC21 제공

맛과 영양이 풍부한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는 겨울철 별미다. 임금 수라상에 올랐다는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찬다. 11월부터 5월까지 제철이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2월부터 맛볼 수 있다. 경북 울진은 대게 원조마을로 통한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는 고려시대부터 대게가 울진의 특산물로 자리잡았다고 전한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1609)도 이곳으로 귀양왔다가 대게가 많다고 해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로 불린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다.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만 낚을 정도로 귀한 몸이다.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대게는 껍데기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 뚜껑을 열어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먹는 게장도 별미로 꼽힌다.

붉은대게도 있다. 대게 이웃사촌으로 흔히 홍게라고 알려져 있다. 생김새는 대게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강하다. 심해에서 잡히는 붉은대게는 껍데기가 단단하고 짠맛이 강해 대게에 비해 값이 싼 편이다.

대게의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이다. 왕돌초는 맞잠, 중간잠, 셋잠 등 3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수중암초지대다. 동서 21㎞, 남북 54㎞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 수중 경관이 아름답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126종의 해양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알려졌다.

인근 평해읍 거일리는 울진대게 원조마을로 통하는 어촌체험마을이다. 마을 지형이 게의 알과 같이 생겨 게의 이 지방 사투리인 ‘기’와 ‘알’을 합쳐 ‘기알리’라 불리다 ‘거일리’로 굳었다고 한다.

울진군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는 후포항은 항구 고유의 정취와 활력이 넘치는 국내 최대의 대게잡이 항구다. 대게가 살이 오르는 대게철을 맞은 후포항 어판장에서는 아침마다 연근해에서 잡아온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매일 아침 큼직한 대게들이 어판장 바닥에 깔린다. 하얀 배를 위로 향하게 해 대게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대게를 크기에 따라 분류해 놓으면 순식간에 중매인과 구경꾼들이 경매사를 둘러싼다. 경매사는 중매인들이 내미는 나무판에 적힌 입찰가격을 보고 최고 낙찰가를 알린다. 경매가 끝난 대게는 손수레에 실려 가고 대기했던 대게들이 다시 어판장 바닥에 깔리기를 반복한다. 대게철인 한겨울부터 봄까지 가장 붐비는 항구인 후포항 곳곳에는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다양한 어획고를 자랑한다.

울진대게홍보전시관 내부.

바로 옆에 울진대게홍보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대게와 붉은대게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시해놓은 울진의 명물이다. 대게의 집게다리를 형상화 한 전시관 안은 6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모형, 영상, 실물전시, 입체적인 그래픽 패널 등으로 흥미롭게 대게와 붉은대게를 보여준다.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으로 대게 스탬프 찍기와 대게잡이 어선 조립하기 등도 마련돼 있으며 대게 맛있게 먹는 법, 싱싱한 대게 고르는 법도 사진자료와 함께 소개돼 있다.

고소하고 달콤한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2023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경북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울진대게축제 맨손 잡기 체험.

메인무대인 왕돌초 광장에선 다양한 대게 주제 행사가 펼쳐진다.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경매 등 대게 주제 상설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관광객 참여 체험놀이마당 및 선상일출 요트승선체험, 등기산 대게길 걷기, 궁중의상 체험, 게장 비빔밥 및 대게원조마을 대게국수 등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가 마련된다. 붉은대게를 재료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에 대한 무료시식도 진행된다.

이현세 만화로 구성된 매화리 벽화마을.

주변에 볼거리도 많다. 마을의 가로수도 매화나무로 심어져 있는 매화리 벽화마을은 이곳 태생인 만화가 이현세의 대표 작품들로 조성됐다. 2017년 12월 매화면사무소에서 매화복지회관에 이르는 250m의 벽에 50컷의 그림이 완성됐다. 매화마을의 자랑인 매화 만화도서관은 이현세 만화 속 장면으로 가득 차 있으며, 작가의 작품과 작가가 직접 추천한 책 1500여 권이 소장돼 있다.

굴구지 농촌체험 휴양마을 청암정에서 내려다본 옥빛 왕피천. GNC21 제공

근남면 구산리에 위치한 굴구지 농촌체험 휴양마을은 왕피천 하류에서 아홉 고개를 넘어야 닿을 수 있다고 해 예부터 구고동 또는 굴구지로 불린 오지마을이다. 맑은 왕피천이 마을을 한 바퀴 휘돌아가고 통고산 지맥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맑은 물과 청정한 자연을 느낄 수 있어, 계곡 트레킹에 최적의 장소로 인기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