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오케스트라 한 단원까지 예비하신 은혜에 감동

입력 2023-02-25 03:02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 16:9)


사람이 세우는 수많은 계획이 본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도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란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살았다. 그렇게 살아온 날이 길었던 것 같다. 물도 설고 말도 설다는 타국 생활 30년을 앞두고 녹록하지 않은 삶의 시간마다 마음의 나침반이 돼줬던 말씀을 다시 묵상해 본다. 2017년 10월 13일에 개최된 한·불 친선콘서트 1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일이다.

프랑스 내무부 소속 국립경찰오케스트라와 한국인 성악가 3인의 협연 무대를 마련했다. 프랑스 내무부가 후원하고 국무장관은 물론 각국의 수많은 외교사절단이 참석해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헌정하는 공연이었다. 그런데 공연 40시간을 앞두고 하프 연주자로부터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고 새로운 하프 연주자를 섭외하는 게 급선무였다. 파리에 있는 클래식 악기 전공자들을 통해 소개와 소개를 거쳐 그날 저녁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벨기에에 거주하는 한 명의 하프 연주자와 겨우 연결이 됐다.

하프 연주자의 이력서를 받아 들고 바로 알 수 있었다. 왜 하나님께서 이 연주자를 프랑스도 아닌 벨기에로부터 10주년 기념 연주 무대로 부르셨는지 말이다. 무릎을 꿇고 감사 기도를 했다. 한·불 친선콘서트는 대표를 맡고 있는 한불문화교류협회(에코드라코레)가 매년 한 차례 품격 높은 클래식 연주를 통해 예배를 드리는 것을 선포하고 2008년 시작된 공연이다.

그렇기에 해마다 예배드리기에 합당한 연주자도 사람의 선택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친히 고르시고 세우셨다. 갑작스레 하프 연주자가 불참하게 된 그날도 연주비에만 집착했던 삯꾼 연주자를 친히 물리셨던 것이다. 새벽길을 달려 오로지 연주(예배)만을 위해 1분의 오차도 없이 리허설 무대에 도착한 새 하프 연주자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예배자였다.

민간외교관으로 불리며 지내온 지난 20여년 시간을 되짚어 봤다. 그동안 내가 이뤘다고 했던 수많은 일이 아버지께서 친히 세우신 계획이었고 그분의 이끄심으로 이뤄졌음을 소리 내어 고백한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여전히 쉽게 망각하고 실족하는 연약한 인간이기에 또다시 세상을 향한 바벨탑을 쌓지 않도록 말씀을 붙들고 아집과 교만의 수위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본다.

약력=△현 에코드라코레(한국의 메아리, 한불문화교류협회) 대표 △아르스헥사 유럽 대표 △재불한인여성회장 △파리시 서울공원 홍보대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남유럽협의회 간사 역임 △프랑스문예훈장 ‘슈발리에’ 수훈 △‘꺾인 꿈을 기억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