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세 번째’ 규모 1650억대 필로폰 적발

입력 2023-02-22 04:06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설치된 수사팀 현판.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담배 밀수사건 수사를 위해 대구 수성구의 한 빌라를 찾은 부산지검 수사팀은 뜻밖의 물건을 발견했다. 방안에는 165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 1657억원어치가 보관돼 있었다. 마약으로까지 영역을 넓힌 밀수조직이 쓰레기통 수입을 가장해 국내로 필로폰 50㎏을 들여온 것이었다. 단일 적발 규모로는 전국을 통틀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양이다.

검찰은 이 밀수조직 총책 A씨 등 3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향정) 혐의로 21일 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9월 검사수사개시규정 개정으로 검찰의 마약수사 범위가 복원된 이후 1호 사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정도 물량의 필로폰이 국내 유통 목적으로 들어왔다는 건 마약 확산 실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 마약류 범죄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류 압수량은 2017년 154.6㎏에서 2021년 1295.7㎏으로 5년 만에 8배가량 급증했다. 마약사범 역시 지난해 1만8395명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마약 밀수·밀매 등 공급사범이 4890명으로 1년 만에 20.9% 늘었고, 이 중 밀수사범(1392명)은 72.5%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단순 투약사범보다 공급 측면의 증가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마약에 접근하기도 쉬워졌다. 검찰은 마약 ‘해외직구’ 등이 급증하면서 연령을 불문하고 마약에 손대기 쉬운 구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수치상으로도 지난해 압수된 마약류 중 70%가 해외에서 발송된 것이었고, 10·20대 마약사범의 비율은 2017년 15.8%에서 지난해 34.2%로 껑충 뛰었다. 프로포폴, 디에타민(비만치료제) 등 비교적 거부감이 덜한 의료용 마약류가 유행하면서 소셜미디어 광고나 암거래도 적발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과 관련 기관은 마약 확산세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꾸려 운영키로 했다. 특별수사팀은 서울·인천·부산·광주 등 전국 4개 검찰청에 84명 규모로 출범했다. 각 검찰청의 마약수사전담부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두고 수사팀별로 마약전담 검사와 수사관을 배치했다. 지역 세관은 마약 밀수 분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의료용 마약 유통 분야를,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선 마약유통 광고 분야를 맡았다.

특별수사팀은 다크웹 등 인터넷 마약 유통과 대규모 마약류 밀수출·입, 의료용 마약류 불법유통 등을 중심으로 광역 단위 합동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