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목회가, 선교가 힘들다고들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바울의 선교 환경보다 더 어렵소?’라고 되묻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자연재해, 전쟁, 전염병은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은 영적 기초체력이 튼튼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땅의 교회는 방법론만 이야기할 뿐 기초 체력을 강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교회는 방법론에 관심을 쏟을 게 아니라 기초체력을 강화해 교회의 순기능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전 세계 247개국을 목표로 선교 사역을 이어온 선교단체 안디옥월드미셔너리저니(AWMJ) 이사장 신화석(74) 목사가 말하는 교회의 순기능 회복은 ‘매일 성경읽기’ ‘매일 기도하기’ ‘매일 피 묻은 예수의 복음 전하고 나누는 것’이다.
지난 7일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읍에서 만난 신 목사는 “2년 전 안디옥성결교회 은퇴 후 압해도 앞바다를 마주한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고 매일 성경 60장씩 읽고, 3시간 이상 기도하며 만나는 사람과 일상을 이야기하며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아프리카 케냐의 키베라에서 진행된 대형 전도집회에서 기도하던 중 ‘전도자로서 네 정체성을 찾으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선교의 부르심을 받은 신 목사는 은퇴 후에도 AWMJ 선교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2003년 12월 3일 출범 이후 전 세계에 9개 권역 본부를 두고 지난해까지 제23차 선교사역(193개국 방문)을 추진해왔다. 그는 “담임목사로 시무하며 매년 3분의 2 기간 교회를 비우고 AWMJ 선교사역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신 목사는 다음 달 10일부터 17일까지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서 진행하는 ‘200번째 국가선교 기념대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제24차 선교사역으로 아프리카 동부의 2개국, 서부 사하라, 러시아 연방 국가 3개국을 거쳐 200번째 국가인 팔레스타인에서 사역하게 된다. AWMJ의 핵심 사역은 그 나라의 기독교연합회 임원, 교단 총회장, 신학대학 총장, 선교단체 대표 등 교계 최고 지도자들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신 목사는 “현지 지도자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루에 성경을 몇 장 읽는가’ ‘규칙적으로 기도하는가’ ‘자녀들이 좋은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는가’ 등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그는 “보통 성경1독을 하지 않은 지도자가 평균 40%나 된다. 이것이 세계 교회의 현실”이라며 “성경을 읽지 않는 최고 지도자들이 이끄는 교회가 과연 성경에 부합된 교회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역을 통해 지도자들이 변화된 삶을 볼 때 신 목사는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기독교연합총회장의 권위는 하늘을 찌릅니다. 세미나를 듣던 중 그는 갑자기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막 4:23)’고 외쳤습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각 교단 총회장들이 먼저 성경책을 읽겠고, 성경 1독을 하지 않은 학생은 신학교 입학을 불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렇듯 기독교 최고 지도자가 먼저 변화되면 교단이, 교회가 달라지게 됩니다.”
코로나19에도 AWMJ의 선교사역은 멈추지 않았다. 2021년 11월에는 158개국 약 8000여명의 교계 지도자가 온라인으로 모여 교회의 본질 회복을 함께 고민했다. 다음 달 진행되는 ‘AWMJ 200번째 국가 선교기념대회’는 어떤 의미일까.
신 목사는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선교가 많이 위축돼있다. 마태복음 5장 15절 말씀처럼 AWMJ 선교 사역을 통해 잠자는 교회와 힘들어하는 선교계에 등불을 비추고 싶어 이번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팔레스타인은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가 함께 어우러지는 장소다. 교회 지도자들을 만나 교회의 성장 동력에 대해 강의하고 토론하며 함께 선교 전략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WMJ의 선교 사역은 현장 이해를 기초로 한다. 10일에는 개회 예배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역사, 문화, 정치 등 9개 분야 현지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다. 또 기독교의 전래와 교회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향후 과제 등에 대해 문서로 기록한다. 이들 자료를 수집, 지침서를 만들어 전 세계에 공유한다.
11일에는 교계 지도자·목회자를 초청, 좌담회를 열어 한국교회 부흥의 역사를 나누고 지도자들의 생각을 일깨운다. 신 목사를 비롯해 의정부 광명교회 최남수(세계중보기도자 대표) 목사, 동구라파 이슬람 선교 전문가 얼빈 푸쉬카티 목사, 베들레헴 바이블 칼리지 잭 사라 학장 등이 주 강사로 나선다. 12일에는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하는 기념 예배와 기도회, 한인 선교사 초청 세미나도 열린다. 13일부터 17일까지는 ‘성경의 땅’ 탐방이 예정돼 있다.
신 목사는 “이번 200번째 국가 선교기념대회가 전 세계 교계에 알려져 이슬람권 유대권 공산권 등의 선교지에서도 큰 각성이 일어나길 기대한다”며 “200개국에서 수집한 국가별 선교 자료를 전 세계 교회와 공유하는 방법도 모색해 나가겠다. 이를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신안=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