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가량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곧 멈출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경기 둔화 국면을 공식 인정할 만큼 경기 침체 위기가 커진 탓이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발(發) 물가 상승세를 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는 8차례 연속 인상 기록을 새로 쓸지, 긴축 완화로 방향을 틀지 결정하는 통화 정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인상 또는 동결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한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10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3% 포인트 상승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투자협회는 21일 48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15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66%가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고 발표했다.
동결 전망 배경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수출 감소와 소비회복세 약화 상황이 꼽힌다.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낸 무역수지는 이달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5억4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감소했다.
그러나 5%대 물가 상승세를 일단 꺾기 위해 이번에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적어도 이번 금통위까지는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 긴축 완화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가가 안 잡힌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으로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1.25% 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1.25% 포인트 차는 2000년 10월(1.50% 포인트) 이후 가장 큰 격차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국내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은 더 높아진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2월 3.8%까지 내려갔다가 올해 1월 3.9%에 이어 2월 4.0%로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은 수요 증가, 임금 상승 등으로 이어져 실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금리수준전망지수(113)는 19포인트 급락했다. ‘6개월 후 지금보다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금리 상승 전망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금통위원 의견이 3대 3으로 갈리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 보고 자리에서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한 질문에 “에너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경상수지 적자로 환율에 악영향을 주고 결국 물가도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