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부산 이전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KDB산업은행(산은)에서 때아닌 ‘퇴직자 위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퇴직한 김복규 전 부행장이 민간인 신분으로 산은 본점으로 출근해 주요 현안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1월 9일 퇴직한 김 전 부행장에게 본점 내 회의실을 임시 집무실로 쓰도록 내주고 비공식적으로 내선 전화와 비서까지 제공하고 있다. 김 전 부행장은 집무실에서 아랍에미리트(UAE) 국부 펀드가 한국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해 산은과 작성한 양해각서(MOU) 내용과 본점 부산 이전 추진 현황 등 중요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산은 직원은 “강석훈 회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자료를 김 전 부행장에게 먼저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직원도 있다. 김 전 부행장이 은행 자산을 불법 사용하며 부당 업무 지시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산은 본점은 보안 시설이다. 국방부 훈령에 따라 ‘나’급 국가 중요 시설로 지정돼 통합방위법 적용을 받는다. 다른 산은 직원은 “김 전 부행장은 퇴직자라 본점의 정규 출입증 발급이 불가능할 텐데도 안내 데스크에서 임시 출입증을 받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산은은 공석인 수석 부행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데 김 전 부행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수석 부행장은 산은 회장 제청을 받아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또 다른 산은 직원은 “강 회장이 본점 부산이전준비단 부단장이었던 김 전 부행장을 수석 부행장으로 재신임한 뒤 단장으로 임명해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집무실을 제공한 것은 퇴직자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김 전 부행장이 업무나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한 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