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맛’에 빠진 2030… 시즌 상품을 상시 판매로 바꾸다

입력 2023-02-22 04:05

직장인 김모(30)씨는 매일같이 약과를 간식으로 먹는다. 지난해 SNS에서 약과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발라먹는 동영상을 본 뒤로 한동안 먹지 않았던 약과에 빠졌다고 한다. ‘흑임자 약과 샌드’ ‘약과 스콘’ 같이 새로운 맛의 약과를 찾는 게 요즘 그의 즐거움이다. 김씨는 “어릴 때에는 명절에나 약과를 먹었는데, 최근에 나오는 약과 제품들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이라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할머니 취향이 유행하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열풍’이 거세다. 다양한 식품이 ‘레트로(복고) 옷’을 입고 등장하고 있다.

던킨은 ‘정통 보름달 도넛’을 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보름달 빵’은 1976년 출시해 50년 가까이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크고 동그란 모양의 도넛에 보름달 빵의 시그니처 크림인 딸기 크림을 넣었다.

약과는 이미 인기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에 약과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나 폭증했다. 같은 기간 옛날 과자와 식혜 매출도 각각 87%, 47% 뛰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4년간(2019년~2022년) 매출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디저트 전문점이 ‘떡·한과’(66%)라고 발표했다. 디저트 전문점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매출액 및 신규가맹점 비중을 분석한 결과다. 디저트 전문점 내 떡·한과 매출액 비중은 2019년 22.7%에서 2022년 25.7%로 늘었다.

레트로 바람을 타고 던킨은 시즌 상품으로 내놓았던 ‘허니 글레이즈드 약과(사진)’를 상시 판매로 돌렸다. 출시 11일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개를 달성하며 엄청난 반응을 끌어내서다. 글레이즈드 도넛 모양의 약과에 달콤한 설탕 코팅을 입혀 약과 특유의 달달하면서 꾸덕한 맛과 식감을 살렸다.

스타벅스는 지난달에 ‘블랙 햅쌀 고봉 라떼’를 선보였다. 에스프레소 샷과 흑미 소스, 오트 밀크를 더한 음료다. 흑미로 만든 토핑을 수북하게 올린다. 블랙 햅쌀 고봉 라떼는 지난달 기준으로 에스프레소 음료 가운데 카페 아메리카노, 카페 라떼 등에 이어 판매율 4위를 기록했다. 2030세대의 구매 비중이 전체 연령대 중 65%로 두드러진다.

농심은 지난달에 ‘콩고물옥수수깡’을 출시했다. 단맛이 나는 통옥수수 모양의 과자에 콩고물을 더해 고소함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농심 관계자는 “자극적이지 않은 전통의 맛을 찾는 젊은 세대가 늘어난 만큼 콩고물옥수수깡의 달달하고 구수한 맛이 2030세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