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주 제1차 한·중 공급망 협력조정 협의체를 개최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한·중 경제당국이 공급망 협력을 주제로 별도의 협의체를 가동한 것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본격적인 공급망 다변화 정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 15일 중국 정부와 화상으로 킥오프 형식의 공급망 협의체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기재부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국개위) 국장급 인사가 각각 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첫 회의에서 요소수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등 전반적인 공급망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급망 정책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공급망 불안을 대비한 논의 채널로 협의체를 꾸준히 운영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이번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지난해 8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허리펑 국개위 주임과의 한·중 경제장관 회담에서 한·중 공급망 협의체 신설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놓고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기재부는 향후 한·중 협의체에서 반도체 분야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4개국(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동맹’ 참여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협의체는 반도체를 제외한 분야 공급망을 중점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통상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는 등 미국 위주의 공급망 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한·중 공급망 협의체가 본격 가동되면서 정부가 중국과도 점차 협력 범위를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이 아니더라도 제조업 분야 등에서 한·중이 공급망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