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아이들 “가지 말아요, 우리와 함께 있어요”

입력 2023-02-22 03:05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동남부에 위치한 하타이주 이스켄데룬의 이재민캠프에 마련된 한교봉·그린닥터스재단의 간이 진료소 앞에서 봉사단원들의 도움을 받아 진료 접수를 하고 있다. 임보혁 특파원

‘튀르키예 대지진 대한민국 긴급의료봉사단, 형제의 나라 대한민국이 함께합니다!’

컨테이너에 이런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 내걸리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곳은 튀르키예 동남부 이스켄데룬 지역에 마련된 지진 피해를 당한 이재민 캠프촌이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세나이(35·여)씨는 얼굴에 10㎝ 넘게 꿰맨 자국이 있었다. 지진발생 당시 유리 파편에 맞아 다친 상처라고 했다. 박무열 일신기독병원 외과 과장의 치료가 끝나자 세나이씨는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임시 진료소를 만든 단체는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과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온병원그룹이었다. 안과 전문의인 정근 온그룹병원 이사장은 소아과 전문의 오무영 온종합병원 감염관리실장, 김석권 온종합병원 성형센터장 등과 함께 의료 봉사에 나섰다. 현장에는 김철훈 한교봉 사무총장, 임영문 전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도 함께했다.

튀르키예한인사역자연합회(한사협) 관계자들은 통역을 도왔다. 몰려드는 인파로 통역이 힘들 때는 스마트폰 통역 기능을 활용해 약을 처방하고 응급 처치를 진행했다. 한국 의료진이 이틀에 걸쳐 치료하거나 진찰한 환자는 100여명에 달했다.

이들 단체 외에도 최근 튀르키예엔 지진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을 섬기기 위한 한국교계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광림교회(김정석 목사)가 지난 17일 파견한 긴급구호팀이 대표적이다.

긴급구호팀 관계자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긴급구호팀을 쫓아다니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지난 18일 이스켄데룬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긴급구호팀은 이재민 텐트를 돌아다니며 구호 물품을 전달했고, 아이들에겐 과자와 음료를 선물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스마트폰 번역 기능을 활용해 구호팀에 이 같은 내용의 한국어 문장을 보여줬다고 한다. “가지 말아요. 우리와 함께 있어요.”

긴급구호팀은 광림교회 목회자 5명을 비롯해 튀르키예 한인 선교사, 이번 지진으로 붕괴된 안디옥개신교회에서 결성한 난민구호팀 팀원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광림교회는 1차 긴급 구호금 2만 달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만 달러에 달하는 구호금을 현지 이재민과 한인 선교사 등에게 전달했다. 긴급구호팀은 24일까지 안타키아를 중심으로 구호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며, 광림교회는 추후에도 구호팀을 잇달아 파견할 계획이다.



이스켄데룬(튀르키예)=임보혁 특파원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