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노인을 위한 공원은 없다

입력 2023-02-22 04:05

지난달 국회에서 노인공원을 법제화하는 법률개정안이 발의됐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도시 기반이 되는 생활권 공원의 종류로 소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노인공원을 추가하자는 것. 노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노인공원을 통해 노인 여가시설을 확충할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좋은 취지다. 하지만 종류를 신설한다고 공유지가 부족한 도시에 금세 노인공원이 들어서기는 어려운 데다 자칫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2000년 7.2%에서 작년 17.5%까지 빠르게 늘었다. 2025년 20%를 넘겨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50년에는 40%를 넘어선다. 숫자로 보면 작년 900만명이던 노인 인구가 2040년 1700만명, 2050년에는 1900만명으로 늘어날 예정인데, 14세 이하는 노인 인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인구 추이에 따른 공원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되는 이유다.

서울 양천구에는 전국 최초의 노인공원이 있는데 신월7동 ‘오솔길 실버공원’이다. 어려운 어르신이 많이 살던 지역의 기존 공원을 2005년 노인공원으로 재정비했다. 신월2동 ‘장수공원’은 신월로를 따라 2004년 조성한 선형공원으로, 이름부터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올해 양천구는 공원 내 40년이 넘은 낡은 경로당 5곳을 새롭게 고쳐 짓고, 서울시 지원으로 장수공원에 ‘서울형 어르신 놀이터’를 새롭게 설치한다.

접근성을 고려할 때 몇몇 공원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공원의 시설이 노인 친화적이고 배려심 넘치게 바뀌어야 한다. 나아가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 유아 등 모든 사회적 약자도 장애 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셜믹스(Social Mix)의 장이어야 한다. 어린이 없는 어린이공원도 문제지만, 누군가에겐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는 노인공원도 마찬가지다. 노인을 위한 공원보다 모두를 위한 공원을 준비할 때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