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중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후보들 간에 물고 물리는 난타전이 계속됐다. 당대표 후보 4명은 20일 두 번째 TV토론회에서 격돌했다.
MBN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안철수 의원과 황교안·천하람 후보는 김기현 의원을 집중 공격했고, 김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맞섰다.
황 후보는 김 의원의 ‘울산 KTX 연결도로 시세차익’ 의혹을 다시 꺼내 들었다. 2007년 울산 KTX 역세권 연결도로 노선이 당초 계획과 달리 김 의원 소유 임야를 지나도록 휘었고,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다. 황 후보는 김 의원을 향해 “공직자가 그런 권력형 토건비리를 저지르는 것도 참담한데 사실과 다른 말로 호도하는 건 맞지 않다”며 “지금 바로 사퇴하는 것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도 김 의원이 2004년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당선 이후 주요 당직 등을 맡은 경력을 들며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도로 방향을 자신의 땅 쪽으로 끌고 왔다는 의혹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황 후보의 공세에 적극 대응했다. 김 의원은 “(울산 땅 관련) 불법이 개입됐다든지 하면 제가 정치생명을 걸 테니까, 황 후보도 그것이 가짜뉴스로 확인되면 정치생명을 걸고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라”고 맞받았다. 이어 “그런 정도의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3년 전 우리가 총선에서 참패를 한 것”이라며 2020년 총선 때 당대표였던 황 후보를 직격했다.
안 의원도 김 의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안 의원은 “국민에게 있어서 부동산 문제는 역린”이라며 “이걸 건드리면 안 된다. 그러면 우리가 내년 총선에서 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또 “김 의원은 말로는 상향식 공천을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은 2018년 바른미래당 시절 안 의원 관련 공천 파동을 언급하며 “과거에 측근 공천, 밀실 공천, 낙하산 공천을 계속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에 당대표가 되면 그렇게 안 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반격했다. 또 전날 안 의원이 발표한 공천 혁신 방안을 겨냥해 “우리 당은 배운 실력을 갖고 당을 이끌어야 한다. 새 실험을 한다고 시행착오를 할 상황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천 후보도 김 의원을 정조준해 “울산 땅 의혹과 관련해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울산의 이재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안 의원은 “호남에서 원외 당협위원장을 하는 의도를 높이 산다”고 천 후보를 칭찬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천 후보가 “덕담 감사하다”고 하자, 안 의원은 “이제 한 팀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내년 총선 목표 의석수로 김 의원은 180석, 안 의원 170석, 황 후보 185석, 천 후보는 152석을 제시했다.
이상헌 박성영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