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으로 조사됐다. 고용률 등 객관적 지표는 일부 개선됐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데다 가계 빚 부담이 증가한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1년 기준 국민의 주관적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9점으로 나타났다. 유엔지속발전해법네트워크(UNSDSN)의 ‘세계행복보고서(WHR)’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한국은 OECD 38개 회원국 평균(6.7점)보다 0.8점 낮았다. 한국보다 삶의 만족도 점수가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5.8점) 튀르키예(4.7점) 2곳뿐이었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 71개 중 지난해 업데이트된 지표는 62개였다. 62개 지표 중 47개는 개선됐고 14개는 악화됐으며 1개는 변화가 없었다. 실업률 등 객관적 지표로만 평가하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에 따르면 한국은 19위로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워라밸 악화 등이 주관적 삶의 질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됐다. 2021년 근로시간은 월평균 164.2시간으로 전년 대비 0.6시간 길어졌다. 여가생활 만족도는 2019년 28.8%에서 2021년 27.0%로 하락했다.
불어난 가계 빚 부담도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2021년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보다 8.7% 포인트 급등한 206.5%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일본(115.4%) 프랑스(124.3%) 영국(148.5%) 등에 견줘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도 삶의 질을 악화시켰다. 2021년 자가 소유 비율은 57.3%로 전년 대비 0.6% 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거환경 만족도도 0.9% 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인신뢰도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66.2%에서 2020년 50.6%로 떨어졌다가 2021년 59.3%로 회복되는 데 그쳤다. 비만율은 2019년 33.8%에서 2021년 37.1%로 높아졌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2021년 26.0명으로 전년 대비 0.3명 늘었다. 2021년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아동 10만명당 502.2건으로 2020년 401.6건보다 100건 이상 늘어났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