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로전 치닫는 與 경선, 이런 네거티브로 무슨 감동 주겠나

입력 2023-02-21 04:03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이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 부터 황교안,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유흥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 김기현, 안철수 당대표 후보, 김석기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보름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의 약점을 폭로하는 네거티브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폭로는 김기현 후보의 부동산 의혹이다. KTX 울산역 역세권 연결도로가 김 후보 소유 땅을 지나도록 계획이 변경되면서 김 후보가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두게 됐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울산시장 출신 4선 의원인 김 후보의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황교안 후보는 이 의혹을 근거로 김 후보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고, 김 후보는 거짓 주장과 구태 정치라며 맞받았다.

황 후보가 제기한 의혹은 사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10월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했던 내용이다. 김 후보는 자신의 임야 아래로 도로가 지나가는 것은 맞지만 도로가 터널로 연결될 예정이어서 터널 위 고지대 임야는 개발 이익과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특히 자신의 임야에는 고압 송전탑이 있어서 1800배 시세차익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당시에는 두 사람의 주장과 해명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황 후보는 물론 안철수 후보와 천하람 후보까지 가세하자 곤혹스러운 김 후보는 당 선관위에 자진해서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의혹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다.

당대표 후보와 소속 의원들 간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가는 것도 우려스럽다. 천 후보가 “공신의 자리를 왕의 비위만 맞추던 소위 윤핵관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윤핵관의 당내 권력 줄세우기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하자 친윤계인 김정재 의원이 “원래 겁먹은 개가 많이 짓는 법”이라고 직격했다. 지켜보는 사람들 눈에는 아슬아슬하다.

여당의 전당대회가 이렇게 폭로전과 막말 잔치로 흐른다면 국민들에게 아무런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