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업자 독과점 남용 규제, 국내외 기업에 동일 적용”

입력 2023-02-21 04:06 수정 2023-02-21 04:06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독과점 규제 강화와 관련, “이 규정은 역외 적용되기때문에 국내외 기업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토종 국내기업을 특별히 차별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지난해 9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는 지난 정부때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사건 처리 절차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전반적인 법 집행 절차를 개선하는 한편, 33년 만의 조사 기능·정책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집무실에서 한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만난사람=이성규 경제부장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상향에 대해 대기업에 대한 감시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현재 공시대상 지정기준인 자산 5조원 이상은 2009년부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는데, 그간 경제 규모는 1.7배 증가했고 대기업집단 수도 48개에서 76개로 늘었다. 또 상호출자 제한기업집단 지정기준은 기존 자산 10조원 이상에서 내년부터 국내총생산(GDP)의 0.5%로 변경될 예정이어서 두 지정기준 간 정합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이르면 3월부터 지정 기준 개편 필요성과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한지 등 관련해서 전문가 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며, 연내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정기준이 조정되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들이 생기겠지만 중견기업의 부당지원 등 불공정행위 감시는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네이버 쇼핑·동영상 불공정거래행위 고법 판결이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행위에 대해서도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 쇼핑·동영상 부문에 대한 법 집행은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우대 행위에 대한 최초의 법집행 사례였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도 자사 우대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경쟁제한성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처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현재까지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다양한 반칙행위를 조사중이거나, 조사를 완료했다. 앞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업에 차별없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나갈 것이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갑을관계’에 대해서는 자율규제 원칙을 견지 중이다.

“현재 플랫폼 자율기구에서 오픈마켓·배달앱 업종을 중심으로 자율 규제 논의를 하고 있다. 논의주제와 진행방식을 둘러싸고 시간이 다소 소요됐고, 지금은 실효적인 자율규제안 도출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공정위는 ‘적극적인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머지않아 소정의 성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자율규제 성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국회에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한다면 공정위도 협조할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플랫폼 심사지침 등 ‘갑을’이 아닌 ‘독과점’ 플랫폼 규제는 자율규제의 대상이 아니며 앞으로 면밀히 살펴나갈 예정이다.”

-외국인 동일인(총수) 지정은 통상 마찰 등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문가 의견을 받아서 법률검토 결과를 공정위에 송부했다. 산업부 입장은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국제통상 규범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이다. 공정위는 산업부 측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국제통상 규범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외국인 동일인 문제를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며, 정부 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 추진 방안과 추진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외국인 동일인 지정은 내국인 동일인 지정과 형평성 해소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의 실효적 규율 방안의 윤곽은 언제 나오나.

“조만간 구체적인 규율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앞서 진행된 연구용역에서 연구진은 다크패턴의 주요 유형에 대한 소비자의 피해경험·인식조사를 실시했고 주요 선진국의 법제·규제 동향도 분석했다. 현행법을 적용해 바로잡을 수 있는 행태들에 대해서는 지금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올해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용역 분야 하도급 거래 관행 개선 방안은 무엇이 있나.

“소프트웨어·콘텐츠 산업은 우리 경제의 핵심적인 부가가치 산업이지만, 공정거래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불공정행위 신고도 많이 이뤄지지 않는 분야다. 올해 공정위는 소프트웨어, 광고 분야를 시작으로 직권 조사를 통해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자 한다. 서면을 교부하지 않는다든가, 대금을 부당하게 청구한다든가 하는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공정위는 건설용역하도급개선과 내에 사무관 2명, 조사관 1명으로 구성된 신성장 서비스업 하도급 전담팀을 설치했다.”

-조직개편을 앞두고 구성원들의 불안감도 있다.

“사건 처리 절차를 보강하는 것은 공정위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 절차적 정당성이 흔들리면 실체적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어서 엄정한 법 집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건처리 절차를 보강하면서, 사건 처리 신속성까지 달성해야 하면 업무 부담이 높아질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리=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