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성장 미래산업, 규제 개혁으로 이번엔 제대로 추진하라

입력 2023-02-21 04:0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신성장 4.0 전략 23년 추진계획 및 연도별 로드맵’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미래산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성장 4.0 전략’ 추진 로드맵을 내놓았다. 우리 경제가 지향해 온 성장 경로를 농업(1.0), 제조업(2.0), IT 산업(3.0)에 이어 미래산업(4.0)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신성장 4.0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챗GPT(대화형 AI) 같은 혁신 서비스 개발, 누리호 3차 발사 추진, 반도체 분야 초격차 확보를 위한 47조원 투자 등이 눈에 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은 한국 경제 앞날을 위해 절실한 일이다. 과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빠르게 쫓아가는 ‘빠른 추격자’가 되어 이끌어 왔던 반도체·자동차 산업은 상황이 역전됐다. 오히려 중국 등 후발 추격자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 우리가 처해 있는 경제 상황을 ‘경기 둔화’로 공식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째 지속되면서 에너지 공급 문제로 가스 요금 등 물가가 치솟았다. 수차례 단행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상승 여파로 서민들은 고금리에 등골이 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무역수지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중첩된 ‘스태그플레이션’ 문턱에 다가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미래산업뿐이다. 2차 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방산, 항공우주산업, 차세대 원전, 수소 산업, 문화 콘텐츠 등이 그것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신성장을 강조했지만 각종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해 선언에 그치고 말았다. 챗GPT를 보자. 이용자 요청에 맞춰 창작활동까지 가능해진 생성형 AI는 우리 사회에 몰고 올 파장이 크다. 적절히 통제하지 않을 경우 법적·윤리적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대비가 필요하다. 한국판 챗GPT 개발을 위해선 초거대 AI 개발용 데이터 분석에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 AI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개인정보 같은 데이터 활용 규정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 기술 발전에 상응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다른 분야에도 비슷한 요구가 수두룩하다. 선제적인 규제 개혁과 법령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정쟁에만 몰두해 이런 문제를 소홀히 한다면 정부가 아무리 신성장 4.0 전략을 발표해 봤자 소용이 없다. 화려한 말잔치에 끝날 공산이 크다. 정부와 민간, 정치권이 협력해 이번에는 제대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