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사무직 노동조합은 2년 전 블라인드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들어졌다. 생산직 위주로만 굴러가던 기존 노조에 불합리함을 느낀 이들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자체 노조를 결성했다. 서울지하철공사 올바른노동조합은 비정규직의 무조건적 정규직화에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며 민주노총과 갈등하다 꾸려졌는데, 출범식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열었다. 블라인드와 메타버스란 출발 과정이 말해주듯, MZ세대 근로자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기성 노조와 다른 방식의 노조 활동을 벌여온 이들이 오늘 ‘새로고침 노동협의회’를 결성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양분한 노동계에 제3의 연합체, 이른바 MZ노총이 등장한 것이다.
8개 기업에서 약 5000명 조합원이 참여하니 120만명씩인 양대 노총에 비하면 턱없이 미약하지만, 이들이 내세운 지향점의 신선한 파격은 노동운동의 세대교체가 시작됐음을 선언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①공정한 평가와 보상 ②정치투쟁과 폭력성 배제 ③대기업·중소기업 상생 ④투명한 노조를 기치로 걸었다. 임금부터 무조건 인상보다 ‘공정한 평가에 기반한 임금’을 요구하고, 연공형 호봉제를 고수하는 대신 성과형 임금을 적극 수용하는 길을 택했다. “한·미 군사훈련 반대” 같은 정치 구호를 외치던 기성 노총과 달리 “근로자 권익만을 위한 진짜 노조”를 표방하며, 대기업 생산직 위주인 양대 노총의 한계를 넘어 “상생의 노동시장”을 만들어가겠다고 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MZ세대 노조는 회계장부에 50원 단위까지 기재해 공개한다”며 기성 노조의 불투명한 회계 관행을 비판했다. 투명한 노조 운영은 이들에게 이미 당연한 것이 돼 있다.
지금껏 없었던 노동운동의 시작을 두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MZ세대는 2002년 반미 투쟁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다. 한국에선 한·미 관계, 남북관계 등 정치적 사안에 개입하지 않으면 노동자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 이런 ‘라떼’식 사고로 구태를 답습했기에 지금 노동개혁 여론이 그렇게 높아진 것일 테다. 새롭게 출범하는 MZ노총이 개혁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