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쏜 지 이틀 만인 20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전술핵 공격수단인 ‘600㎜ 초대형방사포’를 쐈다고 주장하면서 한·미 공군기지를 초토화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다고 으름장을 놨다. 전날 이뤄진 한·미 공중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한·미 전투기가 이륙했던 공군기지를 표적으로 삼고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민군 서부전선장거리포병부대 해당 방사포병구분대가 20일 아침 7시 방사포 사격훈련을 진행했다”며 “600㎜ 방사포를 동원해 발사점으로부터 각각 계산된 395㎞와 337㎞ 사거리의 가상 표적을 설정해 동해상으로 2발의 방사포탄을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방사포에 대해서는 “적의 작전비행장당 1문, 4발을 할당해둘 정도의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전술핵 공격수단”이라며 “4발의 폭발 위력으로 적의 작전비행장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게 초토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7시부터 7시11분쯤까지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SRBM 2발을 포착했고, 각각 390여㎞와 340여㎞를 비행해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사일을 쏜 평남 숙천에서 F-35A가 배치된 충북 청주 공군기지까지는 약 340㎞, F-16 등이 배치된 전북 군산 미 공군기지까지는 약 390㎞ 떨어져 있다. 전날 연합공중훈련을 위해 한·미 전투기가 출격했던 장소를 가상 표적으로 설정하고 사격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북한이 이번 무력시위가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것을 분명히 함에 따라 다음 달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 실시 전후로 고강도 도발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도발 직후 담화를 통해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통상 무력시위 다음 날 관련 내용을 보도하던 관행과 다르게 이날 방사포 사격은 발사 1시간17분 만인 오전 8시17분쯤 공식 발표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김여정 담화가 빈말이 아님을 과시하면서 군사적 맞대응 시간이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 향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