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은 후발주자가 감히 덤벼들기 힘든 시장이었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에 베트남 대만 튀르키예 인도 등 변방에 있던 ‘선수’들이 앞다퉈 발을 들이고 있다. 자동차 생태계가 전기차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지금이 기회라고 보는 것이다. 전통의 내연기관차 회사를 긴장케 한 테슬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한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이들의 참전 의지를 키웠다.
대표적인 곳이 베트남의 빈패스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빈패스트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빈패스트는 빈그룹에서 2017년 9월에 설립했다. 지난해 내연기관차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고 생산라인을 전기차 전용으로 싹 돌렸다. 전기차용 배터리팩 공장 설립에도 착수했다.
튀르키예의 신생 전기차 회사 ‘토그’는 지난해 10월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튀르키예의 통신, 가전, 철강 등에서 맹활약하는 5개 회사가 합작한 기업이다. 다음 달에 첫 전기차의 양산을 시작한다. 요즘 완성차 업체들에게 인기가 높은 한국 시장으로 진출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그는 지난해 11월에 한국에서 상표등록을 마쳤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없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전기차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한때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였던 인도의 완성차 업체 마힌드라는 조만간 출시하는 전기차 XUV400으로 반등을 노린다. 대만 폭스콘은 2020년 11월에 전기차를 위탁생산하는 업체 폭스트론을 세웠다. 애플의 위탁생산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이 향후 회사의 성장 동력은 전기차 제조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기차에 집중’이다. 후발주자들이 우르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건 오랫동안 기술력을 축적해야 만들 수 있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의 진입장벽이 낮아서다. 후발주자들의 본국에선 대부분 인건비가 낮아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일 “대부분 전기차 업체는 배터리를 외주로 받는다. 모터의 기술력도 상향평준화됐다. 내연기관차의 기술력을 좌지우지하던 엔진을 개발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후발주자들도 자동차 산업에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모’한 도전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내연기관 강자들의 전기차 기술력 성장 속도를 보면 결코 후발주자와 같은 지점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가형 전기차 시장은 한발 앞서 총공세를 퍼부은 중국에서 이미 장악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가장 비싼 소비재인 자동차는 대량생산으로 손익분기를 넘는 현금흐름이 가능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경기침체에 소비력 하락이 겹친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 힘들다. 약자들의 반란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패스트는 최근 미국 현지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