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올린 북한은 무기체계의 신뢰성을 재확인하기 위한 기습발사훈련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미사일총국의 지도로 전날 ICBM ‘화성-15형’의 기습발사훈련을 단행했다고 보도하면서 “핵무력의 전투준비태세를 각인시키고 국가 핵억제력 구성 부분들의 정확한 가동성, 반응성, 믿음성, 효과성, 전투성에 대한 확신과 담보를 입증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ICBM 발사가 금지된 상황에서 추가제재를 피하기 위해 ‘훈련’을 목적으로 내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발사한 화성-15형은 엄연한 ICBM으로 미국을 겨냥한 분명한 위협이다. 북한은 18일 고각발사한 화성-15형의 정점 고도가 5768.5㎞, 사거리는 989㎞라고 밝혔다. 이를 정상 각도로 쐈다면 1만4000㎞가량 날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거리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도 19일 발표한 담화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위협의 대상이 미국임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은 또 이번에 사전 훈련계획 없이 불시에 ICBM을 발사했음을 강조했지만, 한국 군 안팎에선 북한의 이런 주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비상화력전투대기 지시가 내려진 것은 18일 새벽이었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령서가 하달된 것은 같은 날 오전 8시다. 북한이 화성-15형 발사 시간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으나 우리 군은 18일 오후 5시22분쯤 발사를 탐지했다. 명령서 하달 이후 실제 발사까지 9시간22분이 소요된 셈이다.
위원장 명령서 하달에서 실제 발사까지 9시간 넘게 걸린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데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거나 액체연료를 미리 별도 용기에 채워두는 ‘앰풀화 기술’에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발사를 “적대세력에 대한 치명적인 핵반격 능력”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음에도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격을 받은 뒤 30~40분 안에 반격이 이뤄져야 ‘억제력’으로서 의미가 있는데, 발사 명령에서 실제 발사까지 9시간이 걸린다면 반격의 효용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김여정 부부장이 ICBM 발사 관련 담화를 내면서 자신의 위상과 존재감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등장으로 김여정의 지위 변화 등을 예견했으나 이번 담화문 발표로 여전히 대남·대미 총책이라는 점을 과시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8일 열병식에서 레드카펫을 밟은 김주애와 달리 모퉁이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돼 신상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