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340억원대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19일 곧바로 소환조사했다.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무죄로 압박이 거세진 ‘50억 클럽’ 의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연결되는 ‘천화동인 1호 428억원 약정’ 의혹에 대한 보강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재수감된 김씨의 진술 변화 여부에 따라 대장동 수사가 또다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김씨를 불러 대장동 사업 관련 은닉한 범죄수익의 구체적 사용처 및 추가 은닉자금 존재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김씨는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340억원을 수표로 찾아 차명 오피스텔과 대여금고에 숨긴 혐의(범죄수익은닉)로 18일 구속 수감됐다. 김씨는 2021년 11월부터 대장동 배임·뇌물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지난해 11월 기한 만료로 석방됐지만 출소 86일 만에 재차 수의를 입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동창 박모씨에게 142억원 상당의 수표를 은닉하게 한 혐의(증거은닉교사)와 2021년 9월 인테리어업자 김모씨에게 대장동 관련 증거가 담긴 자신의 휴대전화를 불태우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검찰은 김씨의 은닉자금 추적 작업이 50억 클럽 등 정·관계 로비 의혹과 428억원 약정 혐의 규명에 새로운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모두 돈의 흐름과 연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씨가 앞서 드러난 은닉재산 260억원 외에도 2019~2020년 천화동인 1호에서 빌려간 473억원 중 80억원을 수표 60억원과 현금 20억원으로 나눠 빼돌린 것으로 보고, 그 종착지에 대한 진술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 관련 의혹은 모두 순차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로서는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는 제외한 ‘428억원 약정’ 혐의 관련 김씨 진술을 확보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천화동인 1호 이익 중 428억원을 받기로 김씨와 약속했다고 본다. 그러면서 이 대표 영장청구서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그리고 김씨만 범행을 부인하는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 지분 및 성남시 유착 관계에 대한 김씨의 진술이 달라진다면 이 대표 관여 범위도 분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검찰이 ‘돈의 흐름’을 전혀 언급하지 못했다며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20쪽 분량의 설명자료를 통해 “검찰이 영장에서 언급한 거액의 이익들은 모두 (대장동) 시행사 등 다른 자들이 취득한 것으로, 직접 이익을 받았다는 기재는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배임 규모를 두고서도 검찰과 이 대표 측은 180도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의 적정 배당비율이 70%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고의로 포기해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판단한다. 반면 이 대표는 2020년 자신의 허위사실 공표 관련 대법원 판례를 거론하며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으로 5503억원의 공익을 얻었다는 사실이 판결로 인정됐다”고 맞서고 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