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과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흥국생명에서 재회한다. 세계 최고의 튀르키예리그에서 수차례 우승을 합작한 두 사람이 이번 시즌 V리그 우승 트로피도 함께 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흥국생명은 19일 “아본단자 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4-2025시즌까지다. 구단에 따르면 아본단자 감독은 전날 입국해 계약을 마무리했고, 비자 등 등록 관련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이번 시즌 후반기부터 경기를 지휘할 예정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1996년 이탈리아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이후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 불가리아·캐나다·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또 아제르바이잔 라비타 바쿠,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이탈리아 자네티 베르가모 등 세계적인 클럽팀을 이끌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한국의 배구 사랑을 잘 알고, 한국 배구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인생의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시작하게 돼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구여제 김연경과의 재회도 화제다. 2011-2012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활약한 김연경은 2013-2014시즌 아본단자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감독과 선수 연을 맺었다. 유럽배구연맹(CEV) 컵대회 우승(2013-2014)을 시작으로 두 차례 리그 우승(2014-2015, 2016-2017시즌), 튀르키예컵 2회 우승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시즌도 우승을 합작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흥국생명은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5라운드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3대 1(22-25 25-18 25-17 25-23)로 역전승을 거두며 1위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흥국생명은 22승 7패(승점 66점)를 거두며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를 4점으로 벌렸다. 옐레나-김연경-김다은 삼각편대가 22점, 21점, 20점을 올렸다. 아본단자 감독은 장충체육관에 방문해 이 경기를 지켜봤다.
김연경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4년 만에 봬서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현재 시스템을 확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 스타일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선진배구가 한국 배구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김연경은 “우리나라 배구의 도전이라 생각한다”며 “한국은 해외로 나가는 선수들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감독) 영입으로 선수들이 선진 배구를 배워 배구를 보는 시야도 넓어질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