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비방전 과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서는 3·8 전당대회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의 공개 경고에도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김 의원의 ‘울산 KTX 연결도로 시세차익’ 의혹을 놓고 거친 공방을 지속했다.
안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공천 시스템 관련 정책 비전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완전히 털고 대표가 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물어뜯어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과 우리 당을 위해 제대로 해명하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관련 의혹에 대한 김 의원의 해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이날 TV조선에 출연해 해당 의혹에 대해 “이미 다 검증된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적극 반박했다. 이어 안 의원을 정조준해 “패색이 짙어져 급하고 답답하겠지만, 그렇다고 극약 처방을 쓰는 것은 대권을 꿈꾼다는 분이 할 모습이 아니고 참 유치하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 측은 김 의원이 던진 ‘안철수 정체성 검증’에 거세게 반발했다. 안철수캠프 윤영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기현 후보가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의 전당대회에서 혈통 감별사와 사상 감별사를 자처하며 기회주의 정치인의 면모를 여실히 뽐낸다”고 비난했다. 앞서 김 의원은 1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서 당원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후보에 대한 정체성 검증은 팩트체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앙당 선관위가 지난 17일 후보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네거티브 경쟁’은 좀처럼 식을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은 이날 정책 행보를 통해 지지세 확장에 나섰다. 김 의원은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지진센터를 방문해 정부의 지진 대응책을 점검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기에 국가 안전시스템을 새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방위 훈련 때 기본적 설명을 해야 할 것 같고, 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당원권 강화와 공천 시스템’을 주제로 한 정책 비전 발표회를 열고 “당원이 실질적인 당의 주인이 되도록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비례대표 순위를 결정하는 ‘책임당원 선거인단제’와 막말 등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현역 의원 검증에 참여할 수 있는 ‘책임당원 배심원제’ 시행을 약속했다. 안 의원이 공천에 당원 참여 강화를 약속한 것은 이번 전당대회가 100% 당원투표인 만큼 적극적으로 당심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친이준석계’ 천하람 후보는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천 후보는 이날 대구에서 시작해 경북 영천·군위·의성·상주·문경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