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설계 아니라니, 이사 갈래요”… ‘지진 불안증’ 확산

입력 2023-02-20 00:03
건축물의 내진설계 의무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우리집 내진설계 간편조회’ 사이트 모습. 강모씨가 거주하는 인천 중구의 단독주택을 조회하자 건물 정보와 함께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홈페이지 캡처

2년 전 은퇴 후 인천 중구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강모(58)씨는 최근 튀르키예 강진 피해 소식을 듣고 주택 내진설계 여부를 뒤늦게 확인했다. 내진설계 조회 사이트에 주소를 적어 검색해보니 2008년에 지어진 강씨의 집은 내진설계 의무 대상 건축물이 아닌 것으로 나왔다. 실제로도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았다.

강씨는 19일 “이사할 땐 지진으로 큰 문제가 있을 거란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는데, 튀르키예 강진도 있고 지난달엔 멀지 않은 강화군에서도 지진(규모 3.7)이 났었다”며 “이미 정착한 터라 다시 이사할 수도 없고 불안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튀르키예 강진 이후 국내에서도 지진 불안감 속에 거주하는 주택이나 건물 내진설계 여부를 알아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내진설계 여부를 문의하거나 내진설계 조회 사이트에 검색해보는 사람도 급증했다.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 전세 세입자 김모(35)씨는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빌라 건물이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오는 5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이사하기로 했다. 김씨가 사는 건물은 1989년에 건축된 구축 빌라인 데다 5층 미만의 건물이어서 내진설계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씨는 “전세 계약 연장을 고려했지만, 국내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돈을 더 들여서라도 내진설계가 된 신축 건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건축 중인 아파트의 내진설계 안전등급을 알려 달라’는 내용의 문의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내진설계 진도가 어느 정도냐. 인근 다른 아파트는 진도 6 이상으로 설계됐다고 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 직접 건설사 홈페이지에 문의글을 남겨 내진설계 여부를 확인받은 입주민도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건축공간연구원이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마련한 ‘우리집 내진설계 간편조회’ 사이트의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이 사이트는 건축물대장 정보를 토대로 내진설계 의무 적용대상 여부를 확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해당 건축물이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법적 의무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내진설계가 적용됐는지는 알 수 없다.

내진설계에 관한 제한적 정보 제공에도 사이트 이용자는 폭증했다. 건축공간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47일간의 페이지뷰 수 총합은 104만4214건으로 지난해 1년간의 전체 페이지뷰 수(53만5805건)의 2배 수준에 달했다. 이달 1~16일의 페이지뷰 수만 해도 18만1113건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배나 됐다. 건축공간연구원 관계자는 “지난달 강화군 지진에 이어 최근 튀르키예 지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건축물 안전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아진 상황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