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두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맞서는 가운데 SM 경영진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측의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SM이 카카오 투자와 관련된 비전을 어떻게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일 가요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첫 번째 변수는 카카오에 대한 SM 신주 인수 금지 가처분 결과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제기한 SM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심문기일은 오는 22일이다.
법원이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주면 상황은 하이브에 유리해진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피할 수 없다.
SM은 조만간 기업의 새로운 비전을 공개하고 이 전 총괄을 배제한 경영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을 전망이다. 이성수 대표가 이 전 총괄의 역외탈세 의혹 등에 대해 폭로전을 펼치고 있지만 SM은 사내이사 등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를 비롯한 현 SM 사내이사의 임기는 모두 다음 달까지다. SM은 이사회를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타비상무이사로는 얼라인 이창환 대표를 추천했다.
하이브는 이미 지난주 지배구조 선진화 위한 주주제안을 공개했다. 하이브는 사내이사 후보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을 제안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와 홍순만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임대웅 유엔환경계획(UNEF) 금융이니셔티브 한국 대표를 추천했다.
하이브는 “SM이 폭로하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사안들은 모두 SM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SM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당사는 오히려 SM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갖고 SM의 구조적인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왔고, 앞으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수 겸 배우 김민종,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대한가수협회, SM 평직원 협의체 등은 잇따라 입장을 내놓으며 여론전에 불을 지폈다.
사단법인 대한가수협회 이자연 회장은 지난 17일 “K팝을 산업화로 이끈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구시대의 산물’인냥 희생양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SM의 구조적인 문제와 갈등을 넘어서 그가 불명예 퇴진을 한다는 것은 가요계의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SM 평직원 협의체는 전체 직원에게 “불법, 탈세 이수만과 함께하는 하이브, SM에 대한 적대적 M&A 중단하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성명문에는 SM 문화의 하이브 자본 편입 거부,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의 SM 3.0 계획에 대한 지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요 외신들은 K팝 초유의 경영권 분쟁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CNN은 18일(현지시간) K팝 해외 유통 전문회사 DFSB컬렉티브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하이브의 SM 주식 인수는 하이브의 한국 내 음악 산업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진출을 더욱 확장하려는 시도”라며 “이 거래는 잠재적으로 하이브를 글로벌 소니, 유니버설, 워너 뮤직 등 ‘빅 3’ 메이저 음반사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이 전 총괄과 하이브의 계약은 SM을 향한 카카오의 야망을 억제하려는 명백한 시도”라며 “하이브의 SM 인수는 이 전 총괄의 ‘백기사’ 역할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