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지자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북한 미사일이 또 일본 EEZ 안에 떨어지자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9일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 오후 5시21분 평양 인근에서 쏜 미사일은 66분간 비행한 뒤 6시27분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에서 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해상에 낙하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한 ICBM ‘화성-17형’이 떨어진 곳과 비슷한 위치다. 교도통신은 미사일 낙하지점과 가까운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에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미사일이 조업 중인 어선 근처에 떨어지면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 당국이 파악한 결과 이번 미사일 발사로 인한 어선 피해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성은 “항공자위대 제2항공단 소속 F-15 전투기가 이번에 발사된 탄도미사일과 관련돼 있다고 추정되는 것을 공중에서 확인했다”며 F-15 전투기에서 촬영한 사진(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깜깜한 밤하늘을 가르는 섬광이 찍혔다. NHK도 홋카이도 하코다테 방송국이 설치한 카메라에 불덩어리 같은 물체가 떨어지는 모습이 잡혔다고 보도했다. 방위성은 “북한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됐으며 최고 고도는 약 5700㎞이고 비행 거리는 약 900㎞”라고 밝혔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만4000㎞가 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국 전역이 사정권”이라고 설명했다. 해상자위대 자위함 사령관 출신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북한이 고체 연료를 사용한 ICBM을 처음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총리 관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도발을 가속하는 폭거”라며 “북한에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또 “한·미·일, 미·일 간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며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 항공기와 선박의 안전 확인, 비상 대비 태세 확보를 강조했다. 이노 도시로 일본 방위성 부대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보 수집과 분석, 경계 활동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