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을 앞두고 ‘아젠다 경쟁’이 치열하다. ‘망 사용료’가 급부상 중이다. 유럽연합(EU)을 중심축으로 ‘글로벌 빅테크에 망 사용료 의무화’를 핵심 주제로 띄우려는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은 MWC 2023에서 빅테크 기업의 망 사용료 부담 의무에 대한 ‘공개 협의(public consultation)’ 돌입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공개 협의는 규제를 위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브르통 위원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네트워크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고강도 발언을 내놓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 세계 이동통신사와 빅테크 기업은 브르통 위원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브르통 위원은 내년에 선출하는 EU 집행위원장의 유력한 후보다. EU를 필두로 망 사용료 부과에 불이 붙으면 각국에서 법제화 논의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 한국 이동통신 업계도 MWC 2023에서의 망 사용료 논의에 주목한다. 현재 한국에서 망 사용료 입법 논의는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MWC를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망 사용료 의무화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면 한국에서의 입법도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MWC 개막일에 첫 번째 키노트의 주제는 ‘공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정해졌다. 산업계에서는 ‘공정’을 유럽 인터넷사업자(ISP)들이 강조한 빅테크의 네트워크 투자 참여로 풀이한다. 2일째에 열리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장관급 프로그램 세션 주제도 ‘네트워크 투자: 디지털 혁명 실현’이다. 망 사용료 논의를 직·간접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MWC 2023에서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SK텔레콤은 992㎡(약 300평) 규모의 대형 전시관에 AI·도심항공교통(UAM)·6G 등의 미래 정보통신기술을 내놓을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AI라는 혁신의 파도가 몰고 올 변화를 주제로 미래 선도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행사장을 찾는다. 최 회장이 MWC를 찾기는 처음이다.
KT는 디지코(DIGICO)를 주제로 3개 테마(DX플랫폼, DX영역확장, DX기술선도)로 전시관을 구성한다. GSMA 이사인 구현모 KT 대표는 ‘협업을 위한 시간인가’라는 제목으로 KT의 디지털 전환 협력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3존과 5G 통신장비를 소개하는 전시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고객정보 유출 및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등으로 문제가 이어지면서 전시관 운영계획을 취소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현안 대응을 위해 MWC 2023 행사를 참관하지 않기로 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