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문 앞 ‘사랑의 쌀독’, 가난한 밥상을 채우다

입력 2023-02-20 03:03
이선구(오른쪽 세 번째) 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 이사장과 라용주(네 번째) 안산제2지부장 등이 지난 17일 경기도 안산 상록구 안산보라매교회에서 100호 ‘사랑의 쌀독’을 채우고 있다.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만 되면 군산 성민교회(김호연 목사) 앞에는 긴 줄이 생긴다. 교회가 마련한 ‘사랑의 쌀독’에서 쌀을 가져가기 위해 찾아온 인근 주민들의 줄이다. 성민교회가 놓아둔 쌀독 안에는 1㎏씩 포장된 쌀이 있어 독거 어르신, 이주민 가정, 차상위 계층 등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교회는 2021년부터 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이사장 이선구 목사)과 협력해 성도들이 모은 쌀을 이웃과 나누고 있다.

성민교회 김호연 목사는 “공짜로 쌀을 가져갈 수 없다며 힘들게 농사지은 농작물을 놓고 가는 어르신도 있다”며 “나눔은 교회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쑥스럽게도 소문이 나서 성민교회는 인근 주민들에게 ‘하늘나라 택배 기사’로 통한다”고 말했다.

‘사랑의 쌀독’은 소외 이웃을 돕기 위한 단체인 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이 2020년 설립 이후 꾸준히 이어온 사역이다. 각 교회에 지부를 세워 쌀독을 두면 어려운 이웃이 쌀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재단과 교회가 함께 모은 쌀은 홀로 된 은퇴 목사와 사모에게도 전달된다. 남양주지부장인 윤성록 남양주순복음교회 목사는 두 달에 한 번씩 쌀 20㎏을 은퇴 목사와 사모에게 배달하고 있다. 윤 목사는 “한국교회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선배들이 은퇴 후 생활고에 시달리는 모습이 마음 아팠다”며 “멀리 떨어져 사는 은퇴 목사님 자녀들이 교회에 고맙다고 인사를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7일엔 경기도 안산보라매교회(라용주 목사)에 100번째 쌀독이 설치됐다.

‘100호 쌀독’의 주인공이 된 안산보라매교회는 교회 정문 앞에 쌀독을 두고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365일 누구나 쌀을 가져가도록 할 예정이다.

재단도 지부가 설립될 때마다 마중물이 되도록 후원해 온 쌀 200㎏을 100호 쌀독에도 넣었다. 마스크와 생필품 등도 지원했다.

라용주 목사는 “재단과 성도, 인근 농협에서 벌써 쌀을 기부해주셔서 많은 이웃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쌀독에 쌀이 떨어지지 않도록 항상 풍성하게 채워놓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100호 쌀독 개소식에는 이민근 안산시장을 비롯해 남윤국 안산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등이 참여해 축사했고 재단은 탤런트 한인수 장로를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이선구 이사장은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독생자를 보내신 하나님의 사랑을 본받아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쌀독을 설치하고 있다”며 “해외 100개, 국내 1004개 지부를 통해 1만명의 소외계층을 보살피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안산=글·사진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