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몹시 혼란스럽다. 작년 하반기 이후 아파트시장에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모두 동반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 집값은 반등하고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집값이 단기간에 급락한 이유는 고금리와 집값 고점 인식, 부동산 경기변동 사이클, 버블 붕괴 우려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집값 구매심리가 악화하고 가격 상승 기대감이 현저히 감소했다.
그런데 최근 거래량이 증가한 이유는? 국내 집값이 1년 새 고점 대비 20~40% 빠지자 시세 차익을 노린 재정적 거래와 투자 수요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결혼, 분가 등 계절적 요인도 가세했다. 그 결과 초급매물이 소진되고 재건축, 세금, 대출 부문의 완화 조치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으로 정책 효과가 가시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 집을 파는 매도자와 급매물을 구매한 매수자 중 누가 웃을 수 있을까. 현재로선 예단키 어렵다.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과 전망은 제각각인 데다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일시적 반등인지 추세적 상승인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일시적 반등 내지 기술적 반등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두 가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하나는 주택경기가 일정한 주기로 변동 사이클이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시장 흐름의 근본적 변화를 미리 추정할 수 있는 선행지표가 활용된다는 점이다. 즉 부동산시장은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일정한 규칙과 법칙이 작용한다. 시장 작동 원리다. 부연하면 국내 주택시장은 10년 주기설이 발견된다. 1986년 이후 한국 집값은 5~7년 상승하면 4~5년 하락하는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시장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선행지표를 통한 경기변동예측법도 유용하다. 시장 변화를 미리 알기 위해 인구, 소득, 수급, 금리, 정책, 거래량, 심리, 해외부동산 동향 등 여러 지표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시장 방향성을 미리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현실에 적용해보면 이렇다. 인구 감소, 가처분소득 감소, 공급 확대, 금리 인상, 거래량 감소, 해외 부동산가격 하락, 구매심리 악화 등은 하방 압력인 반면 규제완화 정책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락 요인이 더 우세하면 하락 추세를 추정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된다.
한편으론 거품 붕괴 이론도 무시할 수 없다. 부동산은 불완전시장으로 내재가치 대비 시장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해 ‘고평가’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하락해 ‘저평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값에 과도하게 거품이 쌓이게 되면 언젠가는 빠질 수밖에 없다. 거품이 부풀 대로 커지면 결국 터지고 만다는 경제 법칙도 있다. 역사적으로 지난 16세기 튤립 거품,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가 대표적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부동산 버블 붕괴는 지금도 커다란 교훈이 된다.
요컨대 주택경기는 짧아도 1~2년, 길게는 3~4년 이상 장기 침체를 겪을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결론이다. 자산가를 중심으로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보다는 상가, 상가주택,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 어떤 상업용 부동산을 고르는 전략이 바람직할까. 필자는 대안 투자처로 중소형빌딩(꼬마빌딩)을 생각해본다. 꼬마빌딩이란 학술적 용어는 아니며, 통상 10억~100억원 내외의 중소형 건물을 뜻한다. 원금 보전, 안전자산에 관한 선호도가 높기에 부동산 투자의 종착지는 빌딩과 상가건물이라는 말이 있다. 문제는 꼬마빌딩 시장도 거래가 감소하고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모든 투자는 실패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옥석구분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3박자 성공 법칙’을 강조한다. 바로 성장지역(Growth Area), 핵심입지(Core Location), 슈퍼리얼티(Super Realty)를 찾는 일이다. 하나씩 따져 보자.
첫째, 성장도시 내지 발달상권을 선택하는 일이다. 인구 증가, 소득 증가, 인프라 증가, 행정계획 증가 등에 따른 성장지역이다. 성장지역 중에서도 상권을 주도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유입이 많고 배후지가 탄탄한 발달상권은 특히 주목된다. 서울 등 수도권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시의 도심권, 역세권, 신역세권, 중심상권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최근 서울 용산역 상권의 ‘용리단길’이 활성화되고, 외국인 유입 증가로 명동·광화문·남대문 상권이 회복되고 있는 점은 좋은 사례다.
둘째, 핵심입지를 택하는 일이다. 돈과 사람이 몰리는, 미래가치가 높은 곳이다. 서울 강북권은 광화문, 세운지구, 종로3가, 을지로3가, 용산, 성수, 상암·마곡, 노량진, 여의도, 영등포, 강서지구를 꼽는다. 강남권은 강남대로, 테헤란로, 양재대로, 도산대로, 학동로, 압구정로, 논현로, 올림픽로다.
셋째, 슈퍼리얼티를 선택하는 일이다. 임대수익률, 자본수익률을 총합한 총투자수익률이 10년 만기 국고채금리 수준보다 높고 임대료와 권리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공실률은 감소하는 슈퍼부동산을 의미한다. 정보통신기술업, 스타트업, 서비스산업, 금융업, 4차 산업 등 신규 사업 수요가 쏠리는 성장상권에 위치한 꼬마빌딩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투자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오피스빌딩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서울 오피스빌딩 3.3㎡당 평균 실거래가격(대지면적 기준)은 2018년 5430만원, 2019년 5948만원, 2020년 6529만원, 2021년 7852만원 등으로 꾸준히 상승해 왔지만 지난해 9월의 약 1억원을 고점으로 찍은 뒤 꺾이면서 20%가량 떨어진 상태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중소도시의 구도심 상권 쇠락,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과 자금 경색, 경기 둔화 등은 우려되는 대목으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 틀림없다. 올해는 1년 후를 생각하고 신중하게 꼬마빌딩에 접근할 때다.
고종완(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