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 강일교회(정규재 목사) 정문에서 불과 600m 떨어진 곳에는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있다. 시민들이 탈북민과 소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 등이 열리는 곳이다. 이 건물이 세워지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 2015년 남북통합문화센터 건설 계획이 지역에 알려지자 주민들은 혐오 시설이라며 반대했다. 정규재 목사와 성도들은 건축 공청회에 참여해 “혐오 시설이 아닌 축복의 센터가 될 것”이라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8년 건물이 완공됐다.
통일 선교 위한 ‘복덕방’ 교회
이 일이 가능했던 것은 평소 강일교회가 통일 사역에 매진하기 때문이다. 통일 사역이 본격화된 것은 정 목사가 2대 위임목사로 부임한 2012년부터다. 37년간 목회한 문인현 원로목사는 정 목사에게 “이 교회를 통해 북한 선교를 마음껏 펼쳐달라”고 했다.
지난 9일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정 목사는 “저희 교회가 특별한 통일 사역을 하는 게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통일 선교의 비전을 성도들과 공유한다. 단지 통일 선교의 복덕방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회의 특이한 점은 안수집사 권사 장로 등에 임직받으려면 필수 과정으로 ‘임직자 공동체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백두산을 오르고 압록강과 두만강 등이 보이는 북한과 중국의 접경 지역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3박 4일의 과정이다. 중국 지린성 명동촌에 있는 시인 윤동주의 생가 등도 방문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애국열사의 정신을 되새긴다. 2013년부터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까지 90명의 임직자가 이 훈련을 받았다.
성도들도 단기선교 훈련 과정이자 통일 선교 교육인 LMTC(Local Mission Training Course)에 참여할 수 있다. 1년 과정이며 모든 교역자에게는 필수 교육이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280여명의 성도가 이 과정을 이수했다. 평소 이 교회는 크고 작은 통일 선교 단체의 모임으로 북적거린다. 교회는 주중에 기꺼이 공간을 제공하고 참석자들을 위해 식사를 지원한다. 통일 선교에 필요한 콘텐츠도 아낌없이 제공한다.
2017년부터는 매월 주빌리통일구국기도회에 소속된 강서주빌리 모임이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100여명에 이르는 참석자들이 나라와 민족, 북한과 통일 선교에 대해 합심 기도를 한다. 정 목사는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통일 사역과 탈북민 사역에 대한 기도 제목을 두고 한마음으로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탈북민 교역자를 세우는 등 탈북민과의 소통도 활발하게 한다.
교회가 있는 서울 마곡 지역에는 융·복합 기술을 연구 및 개발하는 다양한 국내외 기업과 연구소들이 많다. 정 목사는 “전문 인력들에게 복음을 전해서 이들이 통일 한국의 마중물이자 ‘강한 일꾼’으로 쓰임 받도록 전문인 사역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님이 주신 꿈 ‘민족복음화’
정 목사는 어떻게 통일 선교의 소명을 품게 됐을까. 고등학생 1학년이던 1981년 교회학교 교역자의 설교를 통해 민족 복음화를 꿈꿨다. 어느 날 ‘내 민족이 구원받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달라’고 중보기도 했던 사도 바울과 모세의 사명이 가슴에 꽂혔다. 정 목사는 “과부로서 저와 동생을 키우며 많은 고생을 하신 어머니를 생각해도 울지 않았는데 이때부터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하나님이 주신 꿈이었다”고 회고했다.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생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정 목사는 92년까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연구원으로 일했다. 북한선교의 꿈, 평생 전문인 선교사의 비전을 갖고 있던 그는 건국대에서 미생물화학 박사학위와 서울 총회신학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목사안수를 받았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진 중국 옌볜과학기술대 생명과학과 교수로 일했다. 이후 호주 유학생 사역을 하다 2012년 12월 15일 강일교회 위임목사로 청빙됐다.
정 목사는 생명과학자로서 통일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그를 왜 교회로 이끄셨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그 질문의 답은 기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는 “하나님은 남한 교회를 통해 북한 교회를 일으키시겠다는 마음을 주셨다”고 했다.
한국교회에는 아직도 통일선교에 대해 닫혀 있는 부분이 있다. 정 목사는 “강서주빌리모임만 봐도 강서구 교회의 10% 정도만 모이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통일 선교에 대해 더 기도하고 마음을 품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의 마중물이 되고 싶다는 그는 강단에서 통일에 대한 메시지가 더 선포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통일 이전에 분열된 남한부터 하나로 연합되는 게 시급한 과제”라며 한국교회가 이 부분을 두고 더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