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이번 사건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농단’”이라고 규정하며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하는 중대범죄”라고 적시했다. 이 대표가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증거인멸 시도를 지속해왔다며 구속 필요성도 강조했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6페이지에 걸쳐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 필요 사유로 적었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라는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사건 실체를 은폐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증거인멸과 실체 진실 은폐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했다.
증거인멸 시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영장 청구서에 담겼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9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선임하지도 않은 ‘가짜 변호사’를 보내 수사상황을 확인한 점, 이재명계 좌장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이 김 전 부원장 등을 접견해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만 하면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것이다’라며 회유한 점 등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공여 업체 측 핵심 참고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해 이들이 상당한 압박감을 호소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범행이 정당한 것처럼 보이도록 공공 환수나 시민구단 운영 등의 모양새를 갖춰 주민들을 기망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 신뢰를 극단적으로 훼손한 ‘내로남불, 아시타비’의 전형”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배임 액수 4895억원이 2015∼2020년 성남시 1년 평균 예산의 16%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범행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면 “징역 11년을 훨씬 상회해 선고될 것임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속이 필요한 근거로 물증과 진술도 법원에 제시했다. 성남FC 사건에선 이 대표로부터 운영자금을 요구받고 성남FC에 돈을 지급한 경위가 상세히 담긴 기업들의 보고문건과 회의 자료 등으로 혐의가 입증된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은 “이 대표 요구에 의해 성남FC에 뇌물을 공여하게 됐고 액수 또한 이 대표가 정해줬다”는 두산건설과 네이버 등 관계자들의 일관된 진술도 있었다고 밝혔다.
위례 개발 사업 의혹도 남욱 변호사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공모지침서, 보고 문건, 성남시 담당자들의 이메일에 의해 이 대표가 남 변호사 등을 사업자로 내정해주고 재선 자금을 받기로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