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북한 홍보 영상

입력 2023-02-18 04:10

북한 체제 홍보·선전을 처음 체계적으로 구사한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 영화광인 김 위원장은 20대에 당 선전선동부에서 ‘꽃파는 처녀’ ‘피바다’ 등 체제 홍보 영화를 직접 만들었다. 권력 세습을 굳힌 뒤에는 10만명 이상의 집단 체조, 카드 섹션 등을 통해 대를 위한 충성을 주제로 내세웠다. 집권 후반기엔 SNS에도 관심을 가졌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 ‘Echo of Truth(진실의 메아리)’란 유튜브 채널이 영어와 러시아어 위주로 북 체제를 홍보했다. 2010년 8월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유튜브에 진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하면서 홍보 영상은 세련미를 더했다. 2019년 개설된 유튜브 채널 ‘New DPRK’는 북 주민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시선을 끌었다. 은아, 송아, 유미라는 여성 및 소녀 유튜버들이 각종 채널에서 유창한 영어로 평양의 모습을 전하기도 한다.

북한 홍보 영상이 유튜브에 이어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도 진출했다. 지난 10일 틱톡에 ‘북한에서의 삶’이란 계정이 신설된 뒤 17개의 영상이 게시됐다. 평양 시내와 출근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일부 영상 조회수는 1800만회를 넘었다. 북한이 결코 은둔의 국가가 아님을 강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탈북민이나 북한 전문가들은 영상들을 “잘 준비된 연극 같다”고 평가했다. 유튜브에 실리는 영상들은 북 당국의 검열을 거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취재차 평양, 개성, 금강산을 방문했었다. 평양 시내의 깨끗한 거리와 높은 빌딩 뒤에 숨겨진 북의 빈곤, 낙후, 주민들의 앙상한 몸을 목격했기에 영상이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본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북한 식량 사정이 심각해졌다. 부촌인 개성에서 최근 아사자가 속출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주민들은 기아에 허덕이는데 북한 집권층은 미사일 도발만 일삼고 홍보 영상 인기에 미소짓는다. 기가 찰 일이다. 북한이 SNS에 ‘진실의 메아리’란 타이틀을 붙인 것 자체가 희대의 코미디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