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체포동의안 표결 ‘딜레마’가 사실상 현실화됐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당론으로 부결 방침을 정해야 할지’ 또는 ‘자유투표에 맡길지’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는 법무부가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보낸 뒤 여야가 국회 일정을 협의해 표결 날짜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다음 주초 체포동의안을 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은 오는 27∼28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지도부는 다음 주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박성준 대변인은 “자유투표가 됐든, 당론 채택이 됐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생각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되며,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국민의힘(115명)과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큰 정의당(6명), 시대전환(1명)을 모두 합치면 122명이다. 국회 과반이 150명인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전체 의원 169명 중 28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 경우 체포동의안은 통과된다. 이 때문에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당론 부결’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친명계 초선 의원은 “검찰독재 정권의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장외집회까지 했는데, 표결을 자유투표로 맡긴다는 것은 정신 나간 사람들의 얘기”라고 말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체포특권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현행법상 체포동의안 절차보다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직접 나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걸 따르는 게 깔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검토할 가치조차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당내에선 ‘이재명 방탄’ 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부결 당론’ 채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도권 한 의원은 “당론보다 의원들의 양심에 맡기면 된다”면서 “지도부가 입장을 정해 의원총회에 가져가는 것 자체가 분위기를 덧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당론 가결’을 재차 강조했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의당은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은 내려놓아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당론에 입각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안규영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