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6일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4895억원 배임의 책임자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목하며 기존 사건 구도를 원점부터 재구성했다. 앞서 검찰은 2021년 11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배임의 정점으로 규정하고 재판에 넘겼지만 당시 수사는 최종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 윗선에는 닿지 못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수사팀을 정비하고 7개월여의 재수사를 거친 결과 ‘대장동 그분’ 의혹은 돌고 돌아 이 대표를 가리키는 모습이다.
검찰은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9월 대장동 전담수사팀을 꾸려 1차 수사에 나섰다. 당시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을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이 대표와 측근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경찰이 대신 확보하는 등 부실수사 논란도 불거졌고, 유한기·김문기씨 등 공사 핵심 관계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수사 초기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던 배임 규모는 대장동 일당 기소 단계에선 ‘651억원+α(알파)’까지 축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수사팀 재편 이후 사실상의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대장동에 이어 위례신도시 개발비리까지 사정권에 넣으면서 ‘범죄수익 환수’가 가능한 부패방지법(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새로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의 진술 태도가 달라지며 막혀 있던 윗선 수사도 물꼬가 터졌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8억원대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2억4000만원 뇌물수수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공판에 대해선 이 대표를 중심으로 혐의 사실을 재구성해 갱신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유 전 본부장에서 정 전 실장을 거쳐 이 대표에 이르는 범행 구조로 법원 판단을 새로 받겠다는 방침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