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입시에 큰 폭의 변화를 수반하는 여러 정책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대입은 미세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식의 상충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혼선을 주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에 적용 중인 ‘정시 40%룰’을 두고 아침과 저녁의 입장이 달라지는 등 교육부 내부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대입 개편의 난맥상은 지난 14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드러났다. 이 부총리는 ‘정시 40%룰 풀어줄 건가’라는 질의에 “입시는 적어도 1~2년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정시 40%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시 40%룰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인 정시에서 40% 이상 뽑도록 한 규제다. 이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이튿날 곧바로 벌어졌다. 정시 40%룰 유지 시점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현재 2025년 3월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새 대입제도를 만드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 시안을 내놓고 내년 2월에 확정한 뒤 2028학년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입시는 적어도 1~2년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이 부총리의 발언과 그가 평소에 강조해온 ‘대입 미세조정 방침’에 비춰 정시 40%룰이 새 대입제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이 부총리의 메시지를 관리하는 교육부 대변인실 역시 15일 오전까지 새 대입제도에도 적용되는 발언으로 해석했다. 고교학점제용 대입제도가 적용되는 2028학년도 이후에도 서울 주요 대학은 정시로 40% 이상 뽑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수험생 입장에서 정시 40%룰에 손대는 건 큰 변화다. 이 부총리가 그간 강조해온 미세조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교육부도 이런 입장을 내놨었다. 하지만 오후에 입장이 바뀌었다. 정시 40%는 새 대입제도가 적용되기 전인 2027학년도까지 유지하지만 새 대입제도에도 적용할지는 ‘노코멘트’라는 것이다.
대입 미세조정 방침과 충돌하는 정책은 또 있다. 먼저 고교 전 학년 성취평가(절대평가) 전환이 있다. 현행 대입의 두 축은 수능과 학교생활기록부(고교 내신 및 비교과 활동)인데, 근본적 변화가 추진되는 것이다. 교육부가 최근 구성한 고교학점제 보완을 위한 전문가협의체에서도 고교에서 성취평가가 전면 도입되면 대입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또한 ‘문과 침공’ 논란을 야기한 문·이과 통합형 수능 보완과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최근 강조하는 논·서술형 수능 도입 역시 간단치 않은 변화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