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22% 하락했다. 2006년 이후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올해 1월에는 대출금리 인하 기조와 시장 회복 심리가 작용해 낙폭이 줄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연간 22.09% 하락했다고 16일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10.21%)보다 아파트 가격이 배 이상 떨어진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과 경기가 각각 22.73%, 22.27% 떨어지면서 수도권 낙폭이 두드러졌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세종이 23.04% 하락했고 대구(18.33%), 부산(13.72%), 울산(12.33%) 등도 10% 이상 떨어졌다.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역시 16.84% 떨어지며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크게 하락했다.
올해 1월은 지난해보다 낙폭이 다소 줄었다.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증감률을 보면 서울은 전월 대비 0.14% 떨어졌다. 경기(1.40%), 인천(1.16%)도 하락세가 주춤했다. 전국 지수도 0.95% 하락했다. 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이 단행된 지난해 7월 이후 2% 넘게 떨어졌던 실거래가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시중 대출금리 인하 기조와 정부 대책 발표에 따른 시장 회복 기대 심리가 일부 작용하며 하락세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이는 소비자 심리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의 1월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국 기준 91.5로 전월 대비 8.8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은 9.9포인트 상승한 92.7, 서울은 11.7포인트 오른 93.8을 나타냈다. 이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79.1) 대비 14.7포인트 오른 것으로, 2월부터는 하강국면에서도 벗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심리지수가 95 미만이면 하강 국면, 95 이상부터 115 미만은 보합, 115 이상은 상승 국면으로 분류된다.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 지표가 다소 나아진 배경으로는 대출 금리 하락이 꼽힌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대로 낮아졌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상품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등 대출에 숨통이 트이면서다. 정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모두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면서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진 영향도 있다.
다만 1월에 상황이 반짝 나아진 것인지, 안정 기조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권건우 국토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12월에 비해 주택 급매 수요가 줄었고,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낮아지는 등 상황이 나아진 것이 심리 지수에 반영됐다”며 “하지만 1월 지수만을 놓고 시장이 완전히 회복세로 전환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