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장관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고객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이번 개편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마일리지 사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진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마일리지 소지자를 위한 특별기라도 띄우고 싶은 심정”이라며 “사용 수요에 부응하는 노선과 좌석도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2020년 1월 운항 거리에 따라 마일리지 공제량을 다르게 적용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장거리 여행객은 이전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써야 항공권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천~뉴욕 편은 현재 편도 기준 이코노미 3만5000마일, 프레스티지 6만2500마일, 퍼스트 8만마일이 차감됐지만 4월부터는 이보다 1만~5만5000마일을 더 써야 한다.
당초 대한항공은 이 약관을 2020년 4월부터 시행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3년 미뤘다. 당시 소비자들은 불공정 개편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다. 심사 결과는 4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마일리지 개편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과도 얽혀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통합 전에는 각사의 마일리지 제도를 2019년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마일리지 통합 시행 이후에는 기업 결합일부터 6개월 이내에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제출하고, 공정위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다만 합병이 늦어지면서 마일리지 통합 방안 발표와 승인도 미뤄지고 있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공정위에 우려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정부 관계자는 “합병 이전이긴 하지만 ‘항공 독점’의 부작용이 벌써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대한항공에 고용유지 지원금과 국책은행을 통한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정부 지원을 받은 대한항공이 소비자 편익에는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현재 마일리지 공제 기준으로 중·장거리 국제선 왕복 보너스 항공권 구매 가능한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회원은 10명 중 1명”이라며 “제도 개편으로 중·단거리 회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보너스 좌석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