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15곳의 위험 자산이 지난해 3분기에만 3000억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큰돈을 벌어온 증권업계에 자산 건전성 저하를 알리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다올 대신 부국 유안타 유진 이베스트 케이프 하이 한양 한화 현대차 BNK DB IBK SK 15개 중소형 증권사 자산 중 1개월 이상 연체된 ‘요주의 이하’는 모두 3120억원 증가했다. 2021년 4분기(-620억원)와 지난해 1분기(-330억원)만 해도 마이너스였던 중소형 증권사 15곳의 요주의 이하 자산 증감액은 같은 해 2분기(1180억원) 1000억원 선을 돌파한 뒤 3분기 들어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주된 원인은 PF다. 특히 여러 지방 사업장의 만기 도래 브리지론이 제대로 상환되지 못한 탓이다. 브리지론은 부동산 개발 시행사가 운영비나 토지 매입 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빌려 쓰는 단기 차입금으로 초기 단계 PF에 해당한다. 통상 시행사는 인허가 획득과 기초 공사 등을 마친 뒤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본 PF’를 받아 먼저 빌린 증권사 브리지론을 갚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은행권과 보험업계가 본 PF 심사를 강화하자 여러 시행사가 증권사에 돌려줄 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PF 시장이 삐걱거리면 직격탄을 맞는 곳은 증권업계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신용카드업계를 제외한 전 금융권의 PF 연체 잔액 1조1470억원 중 증권업계 몫이 364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연체율도 8.2%로 최고치였다.
PF를 둘러싼 시장 우려는 커지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은 시공사로 참여하기로 하면서 연대 보증을 섰던 울산 동구 푸르지오아파트의 브리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변제한 뒤 시공권을 반납했다. 시공능력평가 5위 이내 대형 건설사가 보증금을 물어가며 시공 사업을 중단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제는 중소형 증권사 15곳 실적도 지난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중소형 증권사 15곳은 지난해 4분기 14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4290억원) 대비 5000억원 이상 쪼그라든 수준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업계는 전 금융권에서 PF 부실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곳”이라면서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위험이 더 크다고 보고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