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한국형 AI 모델’ 개발 선도… 지향점은 ‘언어’ ‘이미지’

입력 2023-02-17 04:06

글로벌 빅테크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상용화하기 위한 집중 투자에 들어가자, 한국 기업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저마다 방식으로 생성형 AI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형 챗GPT를 만드는가 하면, 이미지 영역에서 독자 시장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나온다.

한국 기업 중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양대 포털(네이버, 카카오)이다. 두 회사의 방향성은 다르다. 우선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중 ‘서치GPT’를 선보일 계획이다. 챗GPT 수준의 서비스가 포털에 적용된다. 이를 위해 수백억~수천억개의 학습 매개변수(파라미터)를 보유한 초거대 AI가 필요하다. 네이버는 2021년 204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하이퍼클로바’라는 초거대 AI를 자체 개발했다. 오픈AI의 GPT-3는 175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췄다. 하이퍼클로바의 한국어 데이터 학습량은 GPT-3의 6500배 이상이다. 네이버는 ‘모두를 위한 AI’라는 목표로 음성인식·합성, 요약 등 서비스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이미지’를 지향점으로 삼았다. 지난해 공개한 AI 아티스트 ‘칼로 1.0’이 중심에 있다. 콘텐츠 영역에서의 초거대 AI 활용도를 높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이미지 생성형 AI 시장의 생태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칼로’ 모델을 오픈 API 형태로 공개해 사용자 접근성을 높여나간다. 조만간 칼로 2.0 서비스를 출시해 고도화한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미지 생성형 AI는 교육 및 발표 준비에 필요한 시각 자료 제작에 활용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신규 브랜드 로고 디자인 및 구조물 디자인 등 고도의 창의성이 있어야 하는 산업군에서 영감을 주는 예술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16일 설명했다. 카카오는 챗GPT의 직전 버전인 GPT-3에 기반한 ‘코GPT(KoGPT)’ 개발에도 들어갔다.


이미지나 영상 등 다양한 형태(멀티모달)의 정보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내놓는 생성형 AI도 개발 중이다.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이 대표적이다. 3000억개 이상의 매개변수를 갖춘 엑사원은 기존 AI 언어모델이 수행하는 작업은 물론 텍스트를 읽고 이미지로 만들거나, 이미지를 보고 텍스트를 만드는 양방향 멀티모달 작업도 가능하다.

이동통신사들도 자사 서비스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초거대 AI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대화형 AI 서비스 ‘에이닷’을 고도화해 연내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과거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하는 ‘장기기억’ 등을 더해 사람처럼 대화하는 AI를 구현하는 게 목표다. KT도 초거대 AI ‘믿음’을 기반으로 금융사와 AI 고객센터 구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LG유플러스는 엑사원을 활용해 고객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B2B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 속도에서 글로벌 기업에 다소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중화를 넘어 수익 모델까지 내놓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않고 기존의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지향 서비스 개발에만 치중하는 기업들도 많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의 자체 생존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