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선임할 신임 회장을 두고 재계 안팎이 주목한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추락했던 위상을 회복할 계기라는 기대가 크다.
전경련 관계자는 16일 “이웅열 회장후보추천위원장 겸 미래발전위원장이 비기업인까지 포함해 후보가 될 만한 분들을 두루 만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오는 23일 열리는 총회에서 회장후보추천위가 추천한 인사를 신임 회장으로 추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경련은 한때 600곳을 넘는 회원사를 보유했었지만, 지금은 4대 그룹이 모두 떠나고 400여곳만 남았다. 한 재계 인사는 “전경련이 과거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환골탈태하려면 혁신 인사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주변에서는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외부와 소통이 원활한 회장단에서 맡기를 바라는 기류가 있다. 미래발전위원장을 맡은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이 자의와 무관하게 거론된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달 미래발전위원장 자리를 수락하면서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를 강력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혁신을 위해 외부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명예회장은 관료 출신 등 비기업인에게도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민간 경제단체인 전경련은 미국상공회의소, 영국산업연맹 등 해외 30여개국의 경제단체와 교류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촉발한 보호무역주의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전경련 네트워크는 중요한 ‘지원군’이다. 전경련은 G7 회의나 G20 회의 전에 기업 의견을 밝히는 B7(비지니스7·G7 회원국 경제단체 협의체), B20(비지니스20·G20 회원국의 경제단체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 전경련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한·미 재계회의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회의에는 미상공회의소도 참여했다.
주미대사를 역임한 안호영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석좌교수는 “민관협력(PPP·Public Private Partnership)이 갈수록 중요하다”면서 “전경련이 위상을 회복한다면, 한국 기업의 입장을 세계 시장에 전달할 수 있는 전경련 네트워크는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임 회장은 국내에서 ‘재계 맏형’이라는 위상을 회복하고, 국외에서는 ‘K기업의 대변자’로 활동해야 할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할 상황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