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내 돈, 내 가족, 내 인생’ 만을 위한 억척 아줌마… 부활 믿고 모든 열정을 오직 주와 복음 위해 쏟아

입력 2023-02-20 03:04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아줌마란 별명이 붙을 만큼 나는 억척스럽고 뻔뻔하고 용감했다. 철문이 열리면 몸을 날려 달려가 자리를 잡았고 일행이 있을 때는 자리에 일자로 누웠다.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된 뒤에는 이런 기질을 더욱 발휘했고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전업주부가 되기 전에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해 잘 나가던 유망주였다. 그러다 대학 졸업 다음 해 결혼, 26세에 아이를 낳고 몇 년간 직장 생활과 육아, 가사를 병행하는 슈퍼우먼 생활을 했다. 하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처음 전업주부가 되었을 때는 무척 좋았다.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었고 육아와 가사에만 전념하며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큰 장벽을 만났다. 처음 시작한 남편의 사업이 비틀거리며 생활이 힘들어졌다. 그때부터 진짜 억척 아줌마 생활이 시작됐다.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또 졸라맸다. 어쩔 수 없는 지출도 꼼꼼히 점검해 아끼고 아꼈다. 아이가 생기고 들어가는 돈이 많아지자 옷 한 벌 사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문화생활은 아예 하지 못하고 원시인처럼 살았다.

마트나 가게에 가면 꼭 사야 할 물건은 악착같이 깎고 아니면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상인을 난처하게 만들어 흥정에서 반드시 이겼다. 심지어 구입한 수박을 절반만 먹고 나머지는 맛이 없다고 흥분해 환불을 받아 낸 적도 있다. 매일 마트 전단지를 모두 모아 행사 상품에 사인펜으로 동그라미를 치며 시금치는 D마트, 단무지는 N마트, 고기는 K마트 등에서 샀다. 오픈 행사 선물을 줄 때는 옷을 갈아입고 가 여러 번 받아오기도 했다. 어이없는 일 같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부끄러움은 고사하고 오히려 당당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당당했던 모습이 조금씩 쪼그라들었다. 아무리 뛰어도 그다지 보탬이 되지 않았고, 남편의 사업은 더 악화해 급기야 마이너스 경제로 들어갔다. 억척 아줌마로 살았지만 무능한 나 자신에 크게 낙심했고 좌절감으로 우울해졌다. 1년쯤 지난 어느 날, 춘천에 사는 형님댁에 갔다가 남편과 한마음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뭔가 달라 보이는 성도들의 표정에 놀라 기대와 설렘으로 예배를 드렸다. 함께 찬양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며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목사님께서 칠판에 세상 천국 지옥의 동그라미 세 개를 그리며 우리를 위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직접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해 우리의 주인이 되셨다는 말씀을 하셨다. ‘예수님이 하나님이고 우리의 주인이라고?’ 태어나 처음 듣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예배 후 형님이 준 한마음교회 제자훈련 교재를 읽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에게 주신 믿을 만한 증거가 바로 부활’이라는 말에 시선이 딱 멈추었다. 이어서 제자들은 부활을 전하다가 순교했다는 구절을 보고 갑자기 큰 혼란에 빠졌다. ‘확실하지 않은 것을 위해 죽을 수 있을까. 그것도 3년이나 예수님을 따라다녔는데도 죽음이 두려워 도망갔던 제자들인데?’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의 순교는 사실이었다.

‘제자들은 정말 예수님의 부활을 보았구나!’ 부활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게 선명했다. 그리고 고린도전서 15장의 “성경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장사 지낸 바 되었다가 성경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말씀 앞에 굴복이 됐다. 부활은 예수님이 창조주 하나님이며 지금도 살아 계시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드디어 내 죄를 위해 전능자가 오셔서 죽고 부활하셨는데 그런 분을 믿지 않고, ‘내 돈, 내 아이와 남편, 내 인생’ 하며 살아온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모든 짐을 예수님께 맡기자 가슴에 뜨거운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빨리 한 영혼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바로 뛰쳐나갔다. 함께 어울렸던 동네 아줌마들을 중고 경차에 태우고 트렁크에는 삼겹살에 라면을 챙겨 야외에 나가 섬기며 복음을 전했고, 집 가까운 농장에서 수시로 토마토를 사서 나누면서 토마토 아줌마라는 두 번째 별명도 얻었다. 우울증에 걸린 이웃 아주머니 몇 분께 복음을 전해 예수님을 영접게 했고, 베트남 여성을 집으로 초대해 한국말과 음식을 가르쳐주며 복음을 전했다.

하나님께서 새로운 길을 열어 주셔서 외식업체 운영, 관리 전문 매니저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남편과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가게에 찬양이 흐르고 정성으로 섬기자 많은 손님이 몰려왔다. 주방직원 민재의 변화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도박중독으로 몇 번이나 엄청난 빚을 져 부모에게도 쫓겨난 그는 극단적 선택 하루 전 삼촌에게 들켜 교회에 끌려 왔고 저승사자 같은 얼굴로 우리 가게에 일하러 왔다. 그날부터 사랑으로 품고 복음을 전해 결국 빚도 다 갚고 부모님도 아들을 받아들여 지금은 주님의 사명자로 살아간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나와 가족만을 위하는 아줌마가 아니라 주님의 사랑으로 영혼에게 다가가는 부활의 증인이다. 억척 아줌마의 열정을 오직 주와 복음을 위해 다시 쏟을 것이다.

박주미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