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사람들은 나만 보면 너무 잘생겼다고 칭찬했다. 학창 시절엔 여자고등학교에 소문이 번져 명찰이라도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고, 군에 입대했을 때는 상관과 동기들이 연예인인 줄 알았다고 했다. 친한 친구는 입버릇처럼 나만 만나면 내 몸을 자기와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얘기를 듣는 사이에 마음속엔 교만함이 자리 잡았고, 어느새 외모는 내 삶의 전부가 되었다. 외모로 인정받으면 살아있는 것 같고 아닐 때는 의욕도 사라졌다. 마당발인 친구가 누구누구도 안다며 자랑할 때마다 속으로 ‘그래, 친구 많아 좋겠다. 못생긴 게’ 했고, 성적이 잘 나왔다고 자랑하는 친구에게는 ‘그래, 좋겠다. 못생겼으면 공부라도 잘해야지’ 하며 무시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외모만 번지르르하지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지 않나’ 하는 염려와 ‘얼굴값 하네’ 하며 사람들이 비웃을 것 같은 두려움이 찾아왔다. 외모로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존재감 자체가 사라지며 삶은 뿌리 째 흔들렸다. 그때부터 교만하고 이기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매사에 신중했다. 출중한 외모에 깊은 내면까지 모두 갖춘 애라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의도적인 노력으로 이어졌고, 나중엔 아예 하고 싶은 얘기조차 못 하는 성격으로 변해갔다. 이것도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운동과 공부도 열심히 했다.
수능을 보고 춘천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학교 기숙사 신청을 못 해 지인 소개로 한마음교회 생활관에 들어갔다. 남중, 남고를 나와 부풀었던 캠퍼스 생활에 대한 로망이 드디어 꽃을 피울 날이 왔다는 기대에 부풀었는데 교회 생활관은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매일 새벽기도와 잦은 예배, 그리고 연애 금지라는 내부 규칙은 내가 꿈꾸어왔던 핑크빛 캠퍼스 라이프를 무참히 짓밟았다. 그런 생활이 정말 싫고 힘들었다. 그런데 같이 사는 형들은 특별하게 가진 것도, 잘 난 것도 없는데 나와 달리 열등감이나 비교의식 없이 모두 기쁘게 살아갔다. 마치 이 세상 사람 같지 않게 형들을 변화시킨 이유가 무척 궁금해졌다.
내가 아는 예수님은 2000년 전 활동했던 성인일 뿐인데 형들은 예수님께 삶의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입소한 지 2주가 지났을 때 드디어 형들에게 새벽기도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형들이 계속 얘기한 부활하신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에도 처음으로 집중하기 시작했고 형들은 자기 일보다 더 기뻐했다. 형들이 자세히 설명해 준 성경의 모든 것은 충격이었다. 특히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버린 증인들의 삶을 보는 순간, 그동안 내가 한 생각은 큰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제자들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성경의 예언대로 예수님이 죽고 부활하신 사건을 직접 보았다면 그전처럼 살 수 있을까’.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절대 그냥 있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제자들은 진짜 예수님의 부활을 본 것이 확실했다. 제자들을 통해 진짜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면서 그동안 내 가치관과 생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살아계신 것이 믿어지니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내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하나님께선 나와 함께하고 싶어 나를 지으시고 그렇게도 기뻐하셨는데 나는 내 욕심대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했고 항상 내가 최고여야 했다.
결국 하나님이 계셔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나는 내 것이에요. 나의 주인은 저예요’ 했던 죄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이대로 죽어 지옥에 떨어져도 할 말이 없는 내게 ‘세현아, 나는 네가 죄인이었을 때부터 너를 사랑했다. 너를 사랑했기 때문에 죽을 수 있었고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부활했어!’ 하시는 그 사랑 앞에 굴복하고 예수님을 진정한 내 마음의 주인으로 고백했다.
그때부터 예수님의 말씀이 삶의 기준이 되었다. 외모의 노예에서 벗어났고 하나님이 지으신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만있을 수 없었다. 캠퍼스를 돌며 친구들과 선후배에게 복음을 전하고 택시기사, 군대 동기와 후임들, 그리고 가까운 친척에게 내가 만난 예수님을 전했다.
몸에 문신한 친구가 있었는데, 먼저 다가가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먼저 ‘왜 이렇게 잘 생겼느냐’며 내게 마음을 열었다. 그런데 부담스러웠던 내 마음과 달리 친구는 복음을 너무 기쁘게 받고 예수님을 영접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되었던 외모도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복음을 전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교회에서는 영상팀에서 봉사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닌 교회 지체들의 최고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한다. 가끔 작업을 위해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지만 주님을 위해 드리는 모든 시간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예전엔 사람들의 인정에 죽고 살았었는데 이제는 나를 생명 걸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인정을 받고 싶다. 날마다 내 안에서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과 영원히 동행하고 싶다.
한세현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