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통보한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피해자 분향소 철거 시한인 15일 경찰이 분향소 인근에 차단벽을 설치하면서 유족과 충돌했다. 서울시는 “부득이하게 행정대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했고, 유족들은 “몸으로라도 막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쯤 분향소 양옆 인도와 차도변에 2m 높이의 차단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오후 6시 30분 예정된 백기완 선생 2주기 추모문화제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가족은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분향소를 봉쇄하는 행위로 받아들였고 충돌이 발생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예고해 예민하다. 자극하지 말고 펜스 설치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오후 5시 20분쯤에는 분향소 서쪽 세종대로 부근 차단벽을 두고 2차 충돌도 일어났다. 일부 유가족은 차단벽을 넘어 들어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충돌 과정에서 한 유가족은 손가락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오후 5시 30분쯤 서쪽에 설치된 200m 길이의 차단벽 중 절반을 철거하고 추모문화제 장소 주변에만 차단벽을 남겨뒀다. 남은 차단벽도 문화제 종료 직후인 오후 8시쯤 치웠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는 더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지우려하지 말라”며 “(분향소 철거를 시도한다면) 모두가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몸으로 막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유가족의 모든 제안을 검토하겠다면서도 분향소는 철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유가족께서 추모 공간 대안을 제시하면 성심을 다해 경청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지속적으로 소통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충분히 기다려왔다고 생각한다. 부득이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시 내부에서는 철거 불가피론과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문제에 너무 오래 매달릴 경우 행정 전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는 행정대집행을 위한 적법 절차를 마친 만큼 추가 계고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철거 시한도 새로 제시하지 않았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